창세기 40장 묵상
그러나 술잔을 맡은 관리는 요셉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요셉의 처지를 까맣게 잊고 만 것이다. (23)
요셉은 함께 갇혀 있던 바로의 관리들의 꿈을 해석해준다.
그리고 해석을 해준대로 술잔을 맡은 관리는 3일안에 복직이 되어서 감옥을 떠나게 된다.
그러한 관리를 향해 바로께 요셉의 사정을 알려서 그곳에서 꺼내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술잔을 맡은 관리는 요셉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자신이 복직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그럴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요셉의 입장에서 그것은 또다른 나락이었다.
그는 꿈이 성취될 것을 알았고 그것으로 소망을 삼았을 것이다.
복직한 술잔을 맡은 관리를 통해서 지긋지긋한 지하감옥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후에도 2년이다 더 요셉은 지하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사람이 갇혀있는 경험을 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자신의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제한당하는 일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군대에 매여서 어디를 가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휴가 자체가 그렇게 달콤하다.
아무리 교도소가 좋아진다고 해도 갇혀 있는 것 자체만으로 교도소는 끔찍한 곳이 된다.
요셉은 그러한 시간을 기약도 없이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요셉이 그때 술잔을 맡은 관리에 의해서 풀려나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만에 하난 요셉의 사정이 알려져서 재조사가 이루어지고 감옥에서 풀려나게 된다면 주인인 보디발과의 사이가 어색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겨우 자유를 얻은 채 다시 노예가 되어서 나머지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현재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얻을 수 있고, 또 요셉 본인도 그것을 원했겠지만 이는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님은 요셉이 요셉의 자리를 찾도록 하기 위해서 요셉이 보기에는 불필요해 보이는 시간까지도 활용하고 계신다.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온전한 인도에 우리를 내어맡겨야 할 필요가 있다.
시우가 새 앞니가 나기 시작했다.
비뚤게 나는 것 같아서 언니가 치과에 가는 김에 데리고 갔다.
시우 턱교정을 해야 한단다.
아랫니가 윗니를 덮고 있는 형국이다.
의사가 이러한 교정을 한 가족이 있는지를 묻는다.
어릴 적에 내가 그랬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교정을 했다.
그 교정을 하고나서 발음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그 전에는 내 발음이 샌다는 것도 몰랐던 것 같다.
어제 밤에 시우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찾아왔다.
"아빠 내 이빨에 철사 다는 게 수백만원이 든다면서요?"
아마도 언니 오빠에게 들은 모양이다.
나는 예쁜 시우의 턱모양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시우가 교정기 검사를 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본을 뜨는 것을 보며 옛날 일이 떠올랐다.
어느날 아버지가 아무말 없이 나를 치과에 데리고 갔다.
(아버지는 설명없이 나를 데리고 가셨다.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리고 나는 이유를 모른 채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씹은 채 기다려야 했다.
의사 선생님은 본을 뜨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1년 넘게 치아교정기를 달고 있어야 했다.
그당시 우리집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 사정은 내가 빤히 알고 있었다.
무얼 사달라 요구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는 어머니를 따라 시장을 다니면서도 무엇 하나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를 그 비싼 치아교정을 해주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게 그렇게 비싼 것이었구나.
이제서야 내가 아버지의 입장에 서니 그때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의 아버지도 그렇고 시우의 아빠인 나도 그렇고 자식에게 가장 좋고 올바른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값비싼 대가를 치루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아버지의 심정은 그런 것이다.
과정은 고통스러울수도 있다.
치아교정기를 불편하게 끼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자녀에게 좋은 일이다.
아버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임을 알기에 그 길을 택한다.
요셉을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는 요셉이 감옥에도 갇히게 하신다.
독한 아버지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요셉의 길을 걷게 할 것을 알고 그렇게 하신다.
하나님의 인도를 지금의 우리가 다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현재를 살아가며 받아들이며 수긍하고 내가 이 현재에 머물러 있어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감옥같은 현실도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좋은 아버지가 계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기도
좋은 아버지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기를
몸이 아픈 이들의 회복을 위해서
감사
사람들과의 만남이 회복되어감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