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하기

[도서] 영성의 깊은 샘

skyroad 2016. 9. 17. 13:14


제럴드 싯처 저 / 신현기 옮김

IVP / 25,000원


오랜만의 책리뷰다. 

책 리뷰를 나름 꼬박꼬박 쓰다가, 그에 매이는 것 같아서 쉬어보았다. 

그래도 이 책은 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참 좋아서 더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서다. 


제럴드 싯처의 글은 참 따듯하다. 

큰 고통을 겪고 인생의 질곡을 알게 된 이의 넉넉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노라면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책에서도 그는 여러 영성의 흐름을 개괄 정리하며 그것을 나름 영성사라는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무엇이 정통인지에 대한 꼬장꼬장한 시선에 매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전통들의 장점을 끄집어내려 노력한다. 


서론의 이 단락은 참 마음에 들었다. 


"역사에는 오용의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명백한 오용이 있다 하여 혼란이나 실망에 빠질 필요는 없다. 동방 정교의 성상이 지나치게 장식이 많고 눈에 거슬릴 수 있지만, 신자들이 누릴 미래의 영광을 예술적 형태로 묘사하기도 한다. 가톨릭의 성례주의가 순전히 외적이고 형식적인 신앙으로 이끌 수도 있지만, 하나님이 은혜를 나누어 주기 위해 물질 - 물, 기름, 빵, 포도주 - 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종교개혁의 교외는 가슴보다는 머리를 중시하는 신앙을 낳을 수 있지만, 성경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의 중요성을 확립하기도 한다. 완전히 옳기만 하거나 완전히 그르기만 한 전통은 없다."


그렇다. 

싯처는 책에서 이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풍성한 영성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서 우리가 지금 여기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이 이야기를 하며 특별히 그는 방법론에 치중하지 않는다. 

그 영성의 전통 가운데 어떠한 유익이 있는지를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은 참 쉽다. 

번역도 아주 훌륭하다. (IVP 대표님의 번역이니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자료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영성의 흐름을 이토록 깔끔하게, 그리고 그 가운데 중요한 인물에 대해서 이토록 집중력있게 표현하고 있는 책은 찾기 드물다. 


이 가을, 영성의 다양한 세계를 맛보고 깊이 젖어들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기독교 영성의 다양한 지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일목요연하게 정돈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