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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풀어놓기

7. 사람을 잃는다는 것

 

사람은 참 어렵다.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내게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한때는 내게 선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잘 표현하기만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도 생각했으나, 목회라는 것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을 몇 번 잃어 보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것은 적응이 안되는 경험이었다. 

그 잃어본 경험 때문에 다시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생각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다시는 사람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이 반영되지는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겉으로는 꽤 쿨한 존재로 살아왔지만 사실은 사람을 잃을 때마다 나는 심한 자책에 빠지곤 했다.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나를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목회라는 일은 사람 사이의 관계 한 가운데로 들어가는 일이다. 

MBTI를 설명하는 책에서 INTP성향인 나같은 사람은 목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람들이 왜 목회를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처음에 목회라는 일이 깨닫고 전달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기에 별로 동의되지 않았으나, 사람이라는 문제를 만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은 적응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나의 실수일 때도 있었고, 알 수 없는 이유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아파하면서  떠나보내야 했을 때도 있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곤 하면, 내 자아가 무너져내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새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추어가는 존재, 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존재이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나를 자연스럽지 못한 존재로 만들어갔다.

 

애써 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아보니 그것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사람에게 집착하는 존재였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그 존재들이 사라지니 나는 허깨비처럼 변해간다. 

그래서 내가 붙들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잠시 힘들다. 

사람이 좀 버겁게 느껴진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시 마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은 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사람을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하다. 

 

목회의 선배들은 사람을 믿지 말라고 했다. 

어린 시절 참 좋아했던 안이숙 여사님은 사람은 사랑할 존재이지 의존할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아니 더 위대한 선생인 예수는 제자들을 사랑하되 그들에게 자신을 의탁하지 않으셨다. 

사람에게 얽매이면 나아가지 못하는 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 그렇게 짐작해 본다. 

 

여전히 사람은 어렵다.

앞으로도 쉬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람 때문에 힘들어할 일은 목회의 재개와 함께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 앞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해 보려고 한다.

내가 나를 돌아보아 바로 서는 것이 다른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깊이 마음에 새겨보려 한다.

 

그래서 사람은 나를 떠나기도 하고 스쳐지나기도 할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나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을 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존재를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을 사랑하되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는 길.

예수의 제자가 본질적으로 익혀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