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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풀어놓기

가을을 맞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낮에는 더웠는데, 맨투맨 티셔츠가 어색하지 않다. 여름이는 자신의 담요속으로 들어와 좀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름이 지날 때에 자른 가지들을 태우고 있다. 그 사이 나뭇잎은 떨어지거나 바래져 있고, 나뭇가지는 충분히 말라 땔감의 역할을 제법 감수해낸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의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가을이 되면 난 지난 한해 무엇을 하며 지냈나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그러나 삶이란 원래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기억해 보려고 한다. 그저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그저 나답게 살아가면 된다. 난 현재에 얼마나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만 생각하자. 그저 다가온 가을을 만끽하며 살도록 하자. 그것이 가을을 나에게 주신 하나님께 반응하는 온.. 더보기
글을 쓴다는 것 지금보다 조금더 젊었을 때에는 글을 많이 썼다. 나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때에는 써야할 것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글로 적고 싶은 소재가 기억나면 적어두었다가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글쓰기에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설교를 쓰는 등 공식적으로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때부터인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이 말 그대로 일이 되면서 일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 같다. 글이 멈추자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워졌다. 글을 쓰고자 하면 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구차스러움에 빠져들어간다. 굳이 글을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글은 언젠가 써본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쓰기도 전에 그 글은 독창적이지도 않고 읽을만한 글이 아닐.. 더보기
바이러스의 세상, 그리고 교회로 살기 코로나로 인해서 세상이 멈추게 된 게,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6개월 이내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온세상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2년 동안은 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자 장기간의 전투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소망은 백신과 치료제였다. 인류는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어내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백신이 만들어져 선진국을 중심으로 높은 비율로 접종이 이루어졌다. 우리도 50% 이상이 접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변이를 만들어내며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치명율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의료붕괴가 이루어지면 언제든지 높은 치명율로 돌아설 수 있다. 이제 다시 마스.. 더보기
빈센조, 구원하는 폭력의 매혹적 판타지 코로나로 방콕의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드라마라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중에 빈센조가 있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보고난 후, 생각이 좀 많아졌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로 밀어부쳐서, 악은 악으로 이긴다는 컨셉을 유지해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빈센조가 이야기하는 악은 현실적이다. 그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은 빈센조에서 등장하는 절대악이 저지르는 일들이 우리의 현실 언저리에 실제하며, 그러한 현실의 일부를 우리는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일들은 음모론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음모론으로 치부되는 그 일들은 힘이 없으면 알아낼 수 없다. 빈센조라는 드라마에서 힘을 가진 이들은 그 힘을 풀파워로 드러낸다. 양심의 가책이나 의구심 따위는 없다... 더보기
다시 찾아온 코로나 방학을 맞으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바로 옆동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포털사이트에서 읽게 된다. 당연히 교회 오프라인 모임은 쉬고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아이들 학교도 쉰다. 몇 주간 그나마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다시 코로나 방학 중이다. 다시 이러한 일상을 맞이하게 되자 일종의 무기력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어찌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일상의 모임들이 재개되면서, 다시 이전의 감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제는 정말 그럴 수 없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코로나만이 문제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츰 코로나가 정지시키는 세상을 보.. 더보기
서평 _ 팩트풀니스 저자 - 한스 로슬링 / 김영사 이 책은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에 대한 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때에 편견에 붙들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편견에 붙들리게 될 때에 침팬치 보다도 못한 이해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왜곡된 시각이 강화하는 우리의 편견을 강조하는 표현일 것이다.) 청년부 일을 할 때에 선교지에 갈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대체로 살기 어렵다고 알려진 곳들이다. 그러한 곳에 갈 때에 동행한 이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살만한 여건인 것에 대해서 다소 의아해하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선교지소식에서 보던 것들. 그리고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괜찮은 현실로 보였던 것이다. 이는 다소 미묘한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선교사는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서 격차를 강조하고자 .. 더보기
문명의 전환기를 살아가는 기독교 종교가 세상을 설명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해석할 수 없는 자연의 현상과 질병, 불행을 신의 언어로 해석해 내고 그러한 해석을 하는 이들이 권위를 가졌다. 그러나 과학과 이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가능한 영역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그에 있어서 예외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권력으로서의 종교는 그 위치를 잃고 자기의 자리를 잡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교가 지배적 위치를 가지고 있었던 때를 좋았던 때로 이해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때에 종교지도자의 위치는 다른 이들이 접근할 수 없는 권위를 가졌고, 그러한 권위에 의존해서 지배적인 행위를 하곤 했다. 역사 속에 남아있는 무수한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그리고 십자군 전쟁 등의 모습은 통제되.. 더보기
코로나 사태, 그리고 우리의 영성 코로나19의 상황은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러한 것이다. 이는 준미래에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던 그러한 일이고, 우리는 그러한 준미래를 지금 현재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조금씩 그 사태 이후의 우리의 믿음과 영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거대한 교회 중심, 대중집회 중심의 기독교가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고, 평가를 적나라하게 받고 있다. 우리끼리 유지하던 것들이 세상에 노출이 되고,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있다. 이러할 때에 우리는 우리만의 네비게이션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교회 안팎으로 변화는 진행되고 있고, 그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태도가 무엇인지 우리는 질문받고 있다. 우리는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영성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신천지에.. 더보기
코로나19, 그리고 교회 이야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쉬는 첫번째 주일 아침, 이러저러한 생각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글을 쓴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직은 진행중인 사건과 상황이지만, 교회가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전조를 느끼는 주일이다. 느헤미야의 김동춘 교수님은 이 코로나19 사태는 '교회 사태'로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교회라는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 더욱 뚜렷이 이 사회에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교회는 불특정다수가 한공간에 모여서 위험한 바이러스를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는 현재의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데, 함께 모여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잘 모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보기
중간 항로, 그리고 위기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참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이 중간항로의 기간동안에 불륜에 빠져드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많은 목회자와 복음주의자, 사회지도층들이 이러한 일 때문에 자신의 경력을 망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중간항로에 대한 생각 중에 조금은 그 메커니즘을 알고 이해하게 된 듯 하다. 장기간의 친밀한 관계인 결혼만큼 중년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는 것은 없다. 결혼생활에 너무 많은 희망과 욕구를 걸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간항로를 거치는 이들은 자신과 배우자 사이에 수없이 많은 긴장과 피로가 얹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장 알기 어려운 감정인 사랑을 기반으로 한 결혼보다도 중매결혼이 오히려 더 잘 유지되어 왔다. 낭만적 기대와 서로에 대한 투사 위에 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