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공동체에 들어와서 살게 된 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아래층에 다섯 식구, 윗층에 다섯 식구 총 10명이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오고갑니다.
이제 한달을 살아서 한달간 살아간 비용을 내고 있습니다.
전기세 수도세 등...
그러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아 한달이 지났구나.
한달 동안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좀 적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게도 의미있었던 한달의 경험들은 지금 정리해야 할 삶의 흔적입니다.
먼저 사람에 더욱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반에 공동체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이런저런 시설을 구비했습니다.
하루에 여러번 하우스를 돌아도 여전히 해야할 일 뿐이었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 분주한 저를 보며 다른 이들 또한 그렇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입주하고서 2주 정도는 정말 체력의 소진을 느끼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매일 밤 쓰러지듯 자는 생활을 계속 했습니다.
그러한 중에 내가 사람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층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내가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만 생각하다 보니 2층의 우리 식구들의 삶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핵심이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개별적으로 만나야 겠다는 결단을 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공동체원들 하나하나씩을 화요일과 목요일에 만나가기 시작합니다.
진정한 공동체 생활의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되어가는 것을 통해서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지난 주부터는 입주자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살면서 불편했던 것들 그리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전주부터 참아왔던 것을 이야기하지 못해서 곪아가는 것을 우리 스스로 느꼈던 겁니다.
그래서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다시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소 위기감을 느꼈던 관계들이 회복되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는 노력을 통해서 공동체는 유지될 것을 믿습니다.
사람들이 점점더 친밀해져 갑니다.
한달 같이 사는 이들이 있고, 한달 정도 같이 모임을 가지고 교제를 나누는 이들이 모두 서로 친해져 가고 있습니다.
서로 공유되는 부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자신을 드러내는 범위가 넓어져 가고 깊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의 가족은 만들어져 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공동체의 영향력이 넓어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공동체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 교제권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해 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해서 다른 지역에 계시는 분들이 오기도 하시고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해 오기도 합니다.
불과 한달의 경험치가 쌓였을 뿐인데 우리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멉니다.
최근에도 나 스스로 통합되지 못한 영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면서 통렬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외식할 수 없는 삶입니다.
통째로 자신의 삶을 보이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나의 사랑없음과 성마름 그리고 왜곡되어 있음 모두가 드러납니다.
그러한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 때 저는 그저 용서를 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나 아닌 존재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의 존재의 변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의 진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공동체 개인 그루로 인해서 저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녀석은 제 사랑의 한계를 여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검은 아우라를 지니고 있습니다.
매일 그루를 보면서 올바로 그루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일지를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덩치도 크고 컹컹 짖는 그녀석 때문에 계속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민고민하다가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중성화수술에 대한 문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 큰 녀석이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데려왔습니다.
이 녀석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이 녀석이 공동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통제하기 어렵고 계속적으로 사랑하기 위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녀석.
그래서 저는 오늘도 부담 가득한 눈으로 그루를 보면서 사랑의 길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8월까지는 공동체 하우스를 정착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공동체의 여러 모임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돕고 견고하도록 하는 것이 1차적 목표입니다.
9월 첫주에는 공동체 시작예배를 공식적으로 드릴 예정입니다.
공간이 협소한지라 많은 이들을 초대할 수는 없고 공동체를 향하여 의미있는 이야기를 던져주실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 함께 예배드리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공동체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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