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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그루터기

정원에서 텃밭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집을 설계해준 이현욱 소장님은 단독주택의 핵심은 집이 아니라 정원이라고 했습니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정원에 내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자의반 타의반 집의 규모를 줄이면서 야외에도 그럴듯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정리가 안될 때는 황량하기만 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텃밭을 조성했습니다. 

앞마당과 뒷마당에 조성을 했습니다. 

합하면 6-7평 되는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앞마당에 씨를 뿌려보기로 했습니다. 

여름에 무슨 텃밭이냐는 이야기들도 했지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씨앗들이 유통기한도 지나고 해서 밑져야 본전. 씨를 뿌려봅니다. 

유기토도 5가마니 뿌리고 섞고 커피찌꺼기도 틈틈히 뿌려 주었습니다. 



씨를 뿌린지 열흘이 되어 갑니다. 

분명 어떤 씨앗들은 그 생명이 다한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나치게 더운 날씨로 인해서 나오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생명력을 가지고 삐져나오는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이것저것 뿌렸습니다. 

봉숭아와 해바라기부터 시작해서 여러 채소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래서 솔직이 나온 이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물어오면, 더 나와바야 알겠다고 얼머부리고 맙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생명이 자라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틈만 나면 텃밭에 가서 새싹들이 얼마나 자랐는지를 확인해 봅니다. 


아. 텃밭 주변의 식물들은 그동안 화분에 기르던 허브들입니다. 

물주기에 지쳐버린 나는 외국영화를 보다가 화분을 땅에 심는 주인공을 보고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 나도 저러면 되는거구나. 

식물에 생짜배기인 나는 좀더 편리하게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 화분에서 화단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어머니와 이모님 누님 등 친인척을 동원한 작업이었습니다.)

말라죽어가던 식물들이 이제는 생생해졌습니다. 







정원에는 잔디도 자라고 있습니다. 

잔디 사이에 박석을 조금씩 이동시키며 이동할 때에는 최대한 잔디를 밟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옆집 빌라 아저씨는 내게 박석 샛길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하시다가 내가 움직이지 않자 어느날 새벽에 자신이 저렇게 샛길을 만들어 놓고 가셨습니다. 

아저씨 민망할까봐 옮겨놓지도 못하겠습니다. 


틈틈이 2층에서 창을 내다보거나 데크에서 내려다보면서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나 살핍니다. 

이미 무더운 여름에 나무를 옮겨심다가 한그루는 사망했습니다. 

화분 중에서도 옮겨심고 나서도 살아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잔디 중에서도 벌써 노래진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피지 않을 것 같았던 백일홍이 꽃을 피우고, 정원 이곳저곳에서는 생명의 기운들이 샘솟고 있습니다. 

선물 들어오는 식물을 죽이기에 능숙했던 내가 이렇게 정원을 가꾸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내게 생겨나고 자라나기 시작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로마서 1장을 묵상하며 만물에 보여진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생각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하나님의 존재하심은 이 작은 공간에 다양한 생명의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파라솔을 펼치면 제법 그럴듯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납니다. 

공동체하우스에 오시면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을 잠시 묵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가끔 정원 소식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