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 생각하기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기다리던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이 나왔다.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한무더기 책이 왔는데 그 중에서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그만큼 관심이 있었던 책이었다. 


내가 이 책을 기다렸던 것은 진정으로 교회가 다루어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10년 넘게 사역자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교회를 향한 냉소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교회가 그에 대해서 전혀 감을 잡고 있지 못하다는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청어람 양희송 대표가 이러한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객관적 태도에서 이 주제를 다루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교회에 가나안 성도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가나안 성도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되 교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 1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10% 정도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았다. 

이 설문조사를 기초로 한목협은 약 100만 가량이 가나안 성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실상 추정치다. 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교회에 대한 냉소를 보내는 그리스도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뚜렷한 현상이 바로 이 가나안 성도 현상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심정적 가나안으로 의도적으로 교회활동에 대해 태업을 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책은 한 가나안 성도을 인터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가나안 성도가 누구인지 알것 같았다. 

그가 어떻게 마라톤을 즐길 수 있었는지도 설명이 되는 지점이었다. 

항상 앞서가는 생각을 하는 하는 사람이었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복음주의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떠한 지점에서 가나안 성도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교회를  떠나기 전 평균 14.2년 정도 교회를 다녔다.

습관적으로 교회를 옮겨 다니던 사람은 아니었다. 이 들중 옮긴 적이 없는 사람이 45.7%, 한번 옮긴 사람이 25%였다. 

가나안 성도가 되기 전 평균 6개월 이상을 고민했으나 이 기간 중 목회자가 그 주변 신자들은 그들의 의논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들이 교회를 옮긴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운 신앙생활'(30.3%), '목회자에 대한 불만'(24.3%), '교인들에 대한 불만'(19.1%), '신앙에 대한 회의'(13.7%) 등이었다. 

이러한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나안 성도들이 보이는 냉소와 회의는 교회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교회의 한복판. 한때 열심을 내었던 이들이 보이는 핵심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양희송 대표의 전언에 의하면 이러한 가나안 성도들은 전연령에 걸쳐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은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이끌어가는 새로운 교회 운동, 그리고 영국의 포스트에반젤리즘 세대 등과 연결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설한다. 


대한민국의 교회들이 2세대 교회로 넘어가면서 여러가지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특히 부자세습 및 교차세습 등의 퇴행적 행태들은 교회에 대한 실망을 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교회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사건들은 신앙에 회의를 가지게 했다. 

더 나아가 교회가 이 세상에 보이는 적절하지 못한 대처와 반응, 목회자의 자질 부족 등이 교회 자체에 대해 소망을 접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가나안 성도들은 그러한 기반 위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가 이러한 현상을 똑바로 직시하자고 권한다. 

교회내 시각으로 그들을 단순 잃은양으로 보지 말고 우리의 교회가 그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질문하자고 권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유익하다. 분명히 존재하는 이러한 양상에 대해서 한국교회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나안 성도 현상을 김교신의 무교회주의까지 가져가는 것을 조금 섣부르다고 본다. 

아직 가나안 성도들은 뚜렷한 지향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의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가 밉다'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삶에서 교회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정도로 보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어쩌면 이 지점에서 청어람의 입지가 반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교회론의 문제. 무엇이 에클레시아인가 하는 질문은 유익한 질문이다. 

우리는 교회를 생각함에 있어서 여전히 지나치게 상상력이 부족하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회, 건물 중심의 교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나안 성도의 현상은 교회가 교회론을 고민하게 하는 지점인 것이 맞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가나안 성도 현상은 한국교회의 위기현상을 보여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가나안 성도의 형성 배경에는 분명한 한국교회의 과오와 결합되기 때문이다. 

그들 가운데 그 상처를 창조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은 미지수일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