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성숙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이 하나님을 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나에게 고민이 된다.
이러한 고민 가운데서 책장 한켠에 놓이 이 책을 보았다.
이 때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을 오가면서 내내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저자인 랭던 길키는 꽤 유명한 신학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젊은 시절 중국에서 겪은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우슈비츠와 같은 극한의 상황은 아니다.
꽤 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수용소 생활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수용소 생활을 하며 숙소관리를 했다.
이 책은 3년여간의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한 기록을 담고 있다.
저자의 탁월한 관찰력과 사고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는 인간성의 단면을 드러내는 장면을 포착하는 능력이 있으며, 그것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은 흥미로우면서도 깊이가 있다.
특별히 그가 인간의 종교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처음에 그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대처해가는 능력에 감탄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가 가지고 있던 신앙을 회의하며 근대주의적 사고로 재편해 간다.
그러는 가운데 그는 인간이 가진 정치성 혹은 권력지향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인간성에 의존해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생각보다 인간의 본질이 취약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 본질의 현주소.
그는 인간의 죄성과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떠한 제도도 종교도 극복해내지 못해 보이는 것이었지만, 어떤 이들은 고귀한 능력으로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을 보여준다.
죄성마저도 극복하게 하는 본질적 힘.
처음에 그는 그 힘을 과소평가했으나 점차 그것이 인간성을 지배하는 것을 목도해 간다.
눈에 보이는 근대적 구조가 이 세상을 지탱하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정신의 힘이 그것도 고귀한 정신의 힘이 이 세상을 지탱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랭던 길키 자신의 신앙적 회심기이기도 하다.
치기어린 젊은 시절에 어떠한 방식으로 사유하고 신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뇌했던 내용이 담겨있고, 꽤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성이 여지없이 드러날만한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실제 모습은 어떠할까.
군대 시절이 잠시 생각났다.
어렵고 힘든 훈련병과 이등병 시절.
초코파이 하나. 콜라 하나를 동료에게 양보하는 것에도 의지와 기도가 필요했던 시절.
내가 이야기하는 이상과 실제의 나의 이기성 사이의 간극을 보며 좌절했던 시절.
나는 그 시절에서 얼마나 멀리 갔는지를 생각해 본다.
책에 잠시 등장한 에릭 리델 이야기는 보너스트랙 같았다.
불의 전차의 주인공이기도 한 그를 향해 저자는 진정한 성자였다고 평한다.
참고로 에릭 리델은 이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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