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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곁으로 - 김응교 문학에세이 / 새물결플러스



김응교 시인이 쓴 책 '곁으로'를 읽었다. 

이 책은 문학에세이다. 르포 형식의 발로 쓴 여행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풍성한 문학작품이 함께 한다. 

책의 카피 그대로 '특별한 책과 함께 여행하는' 책이다. 


선물받지 않았으면 사지 않았을 책이다. 

무언가 실질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문학의 세계는 너무 낭만적인 것으로만 느껴졌다. 

게다가 시라고 하면 뭐랄까. 그에 대한 내 족보는 70년대 정도에서 끝나는 것 같다. 


그래도 선물을 받았으니 하는 마음으로 책을 넘기다가 끝까지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전에 느꼈던 그러한 끝간데 없는 낭만성을 느꼈다면 책을 덮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보게 된 것은 소외된 자들과 함께 있으려고 하는 문학적 치열함이었다. 

이 치열함의 맥락이 문학을 통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특히 김응교 시인의 광주, 광화문, 세월호를 이야기하는 '곁으로'의 구심력 이야기는 화려한듯 처연하고 그러면서도 치열하다. 

고통받는 자 곁으로 가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함께 느끼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 대한 치유이며,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는 초반에 그러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에게 잊혀진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곁에 있는 자'로서 사유하고 고민하고 글을 적어간다. 


이 글들은 쉽게 쓰이지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쓰여진 글을 엮어 놓았다. 

그래서 시대적 맥락이 닿지 않는 부분도 조금 보인다. 그게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우리가 어떠한 시간을 보내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의미있기도 하다. 


세월호 유족, 노숙인들, 감옥에 갇힌 이들, 성매매 여성들, 기지촌 여성들, 제주도 사람들, 폐광촌 사람들.

글을 읽다보면 그들에게 다가가게 되는 것을 느낀다. 

나의 삶과 동떨어졌다고 느끼는 그들은 우리가 다가가야 할 이웃임을 생각하게 된다. 


오랜만에 문학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 책. '곁으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