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조금더 젊었을 때에는 글을 많이 썼다.
나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때에는 써야할 것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글로 적고 싶은 소재가 기억나면 적어두었다가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글쓰기에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설교를 쓰는 등 공식적으로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때부터인 것 같다.
글을 쓰는 일이 말 그대로 일이 되면서 일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 같다.
글이 멈추자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워졌다.
글을 쓰고자 하면 뭐랄까 설명하기 어려운 구차스러움에 빠져들어간다.
굳이 글을 써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글은 언젠가 써본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쓰기도 전에 그 글은 독창적이지도 않고 읽을만한 글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의지가 꺾이곤 했다.
새로 패드를 사면서 미니멀한 화면을 보자, 키보드를 연결해 글을 써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을 하는 대형화면에 나의 생각을 쓰는 것은 지나치게 노출되어 보이는 듯 했다.
은밀한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에 반해 작은 화면에 나의 글이 적히자 마치 일기장에 나의 생각을 적어가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글을 적는 것은 사실 남을 위한 일이 아니다.
글을 적으며 해갈을 경험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글을 적다가 새로운 생각에 빠져들어 가기도 한다.
일단 무언가를 써내려가다보면 내 안에 이런 것이 있었나 하는 놀라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이곳에 앞으로 아무 주제도 정해놓지 않은 글들을 적어가볼까 한다.
쓸 내용이 있어서 글을 쓰는 일은 무겁다.
그냥 나를 들여다보는 글을 조금씩 적어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은 어색하지만 글을 적다보면 글이 나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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