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동명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5월 첫주에 실릴 글이라 사임은 과거형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납니다 박근호 목사
2015년 4월 마지막주로 동명교회 부목사직을 사임했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더 뒤로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회자의 길을 선택할 때부터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생각했고, 그를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걱정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고 있고 특히 개척교회가 문을 닫는 경우는 더욱 허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개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교회는 계속 개척되어야 합니다. 전도는 작은 그룹이 구성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건전한 작은 교회들이 더욱 많아져야 합니다. 물론 이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작은 교회들이 큰 교회를 따라할 필요가 없습니다. 큰 교회의 프로그램을 다 하려고 하기보다는 이웃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교회가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개척할 교회는 건물에 매이는 교회가 아닙니다. 모임이 교회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 먼저 확대된 집의 구조로 교회가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할 겁니다. 그 확대된 집의 구조에서는 보다 깊은 삶을 나누기 위해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이러한 확대된 집의 구조를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손대접과 복음의 확대를 위한 것입니다.
손대접이라는 교회의 중요한 전통이 있습니다. 성경의 인물들도 손대접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갑니다. 이러한 손대접은 교회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손대접은 확대된 집의 구조를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집을 만들고 있고 거의 완성되어 갑니다. 정원이 있고 모임장소가 있고 함께 살 이들의 방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가정이 들어갈 공간도 있습니다. 먼저 이 집에서 아름다운 공동체의 원형을 만들어가는 것이 첫 번째 사역의 목표입니다.
주일에 예배를 위해서 모일 겁니다. 그러나 그 모임은 어디에서 모여도 좋습니다. 먼저 우리의 가정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더 커진다면 다른 장소를 빌려서 모이면 됩니다. 더 커진다면 두 개의 공동체로 나누어져서 모이면 됩니다. 다양한 공동체가 세워질수록 하나님 나라에 도움이 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농촌으로 들어가는 생산공동체도 만들고 싶습니다.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는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것에 더 가치를 둘 겁니다. 건물 중심의 교회를 탈피하고 헌금은 최대한 밖으로 흘려 보내려고 합니다.
저는 오로지 청년사역만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많이 아픈 것을 보았습니다. 이들을 위해서 어떠한 교회가 있어야 할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고려하는 목회를 생각하며 교회를 개척하려고 합니다. 청년들의 취업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교회, 그리고 젊은 부부들의 육아와 교육과 주거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교회가 되려고 합니다.
새로 만들어질 교회의 이름은 그루터기 교회입니다. 아직은 계획 단계의 것들이 많습니다. 그루터기 하우스를 만들어 청년들과 공동체를 만드는 것, 광주지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을 위한 그룹홈을 만들어주는 NGO사역, 공동육아를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역, 멘토링을 하는 NGO인 러빙핸즈와 초록리본도서관 2호점을 세우는 사역, 한국기독학생회(IVF)의 아카데미 사역(glc+), 청년들의 직업창출을 위한 컨소시엄 구축 등입니다.
생각해보니 광주 동명교회는 제가 가장 오래 다닌 교회, 그리고 가장 오래 사역한 교회입니다. 그래서 저는 광주 동명교회가 배출한 목회자임이 분명합니다. 어디에서든지 이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선배들이 가르쳐주신 것들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부족한 제게 주신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사역자로 남은 인생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지면으로 성도들에게 인사하게 해주신 담임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목사님을 통해서 품격있는 목회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갑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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