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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가족

승촌보 라이딩 중 박건우 분실 사건

방학의 마지막 날 건우와 라이딩을 갔습니다. 

이사를 간 후 자전거를 쌩쌩 달리고 싶다고 노래하던 건우를 위한 이벤트였습니다. 

다행히 은우를 위한 트레일러 바퀴가 펑크가 나주어서 은우를 데려갈 수가 없었습니다. 

건우와 마음껏 라이딩을 즐겨보고자 마음먹고 나주로 향했습니다. 



건우의 초반페이스가 좀 불았했습니다. 

미친 녀석처럼 페달링을 해서 그렇게 하면 빨리 지친다고 몇번이나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괜찮아요를 연발하며 그 짓(?)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기어조정을 해주고 나서야 좀 좋아졌지만 이제는 초반에 페이스조절에 실패해서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승촌보에 다다를 즈음에는 좀 지쳐보였지만 나주까지 가서 밥을 먹고자 하는 욕심을 부려서 더 라이딩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였나 봅니다. 

끝내 건우는 퍼져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몇번이나 휘청거립니다. 

그래서 다시 방향을 돌려 승촌보 전망대에 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아갈 체력이 없다는 겁니다. 

전망대 2킬로미터를 남겨두고서 체력이 없다는 건우를 뒤따르게 하고 천천히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 다리로 향하는 언덕에 이르고서 뒤를 돌아보니 방금까지 있었던 그 녀석이 사라졌습니다. 

오기 전에 퍼졌나 싶어서 내려가 보았는데 없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녀석이 사라졌습니다. 



순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핸드폰도 차 안에 두고온 판입니다. 

건우를 찾기 위해서 양쪽으로 미친 사람처럼 오고 갔습니다. 

에니어그램 6번인 건우는 아빠를 잃어버리면 어디선가 울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자 더욱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그 소심한 녀석은 승촌보 전망대로 가기 전에 아빠를 잃은 사실 때문에 좌절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전거 도로를 쏘다녔습니다. 




두어번이나 자전거 도로를 헤메었지만 건우를 발견못하고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승촌보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거기 가서도 없으면 미아신고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왜 건우를 뒤에 두었을까 자책도 하며... 울면서 나를 때리는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승촌보 전망대에서 건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자신도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환경지킴이 아저씨의 조그마한 차를 얻어타고 왔답니다. 

정말 안도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가 없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지쳐서 가져올 수 없었고 차도 작아서 넣을 수 없어서 두고 왔답니다. 

나도 지쳐있던 터라 간식을 먹고 가지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아동용 자전거가 뭐가 그리 좋아보인다고 굳이 가져가 주신 겁니다. 헐.

아들에게 세상의 각박함에 대해서 알린 후, 아들을 간이휴게소에서 기다리게 한 후...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말고 따라가지 말고 꼭 붙어 있으라고 한 후...

저는 차가 있는 곳까지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팔이 저려와도 쉬지도 못하고 기어를 높이고 질주를 했습니다. 

다시 찾은 아들을 다시 잃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질주를 했습니다. 

아마도 내 생애 최고속력의 질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딴지가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질주 후 부들거리는 다리로 아들이 있는 곳까지 갔습니다. 

아들이 있습니다. 

멀리 저 형광색 티셔츠가 보이는데 너무나 반갑습니다. 

자전거 잃은 것 따위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아들이 이야기합니다. 

"아빠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속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빠 장딴지 터지는 줄 알았다. 임마.'


아... 다시는 얘를 뒤에 두고 라이딩하지 말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가슴저리게 느꼈습니다. 

정말 가슴벌렁거리는 하루 였습니다. 


P. S. 자전거 도둑은 영상강이 보이는 벤치쪽에 건우자전거에 달려있는 물통을 버리고 갔습니다. 그래서 물통을 회수해 왔습니다. 나쁜 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