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잡지를 보다가 인사이드 아웃 이라는 영화를 소개받았다.
디즈니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사춘기 딸의 내면을 관찰하던 피트 닥터 감독이 6년간이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몬스터 주식회사 그리고 업으로 두차례나 오스카상을 받은 감독이라고 한다.
전작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발한 상상력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학을 맞은 건우와 건우가 만화를 볼 때에 따라다니는 은우와 함께 오랜만에 영화산책을 떠났다.
아이들에게 보여줄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디즈니의 능력, 그것도 최근의 독보적인 능력이 이채롭다.
영화를 보면서 대체 어떻게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감탄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사람의 내면이라고 하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이토록 특징을 잘 잡아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듣기만 해도 쉽게 질릴 수 있는 어려운 단어도 이 애니에서는 그저 하나의 오락거리에 불과하다.
라일리의 내면을 설명하는 방식도 탁월하다.
그 내면에 있는 핵심경험과 그 핵심경험이 만들어내는 자아의 모습 그리고 꿈과 잠재의식의 세계.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방식은 심리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좋은 자료로 간직할만한 자료가 될 만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섯감정이다.
나름 그 특징을 잘 잡아서 표현하고 있다.
버릭이 소심이 기쁨이 까칠이 슬픔이
이들이 11살 소녀 라일리가 경험하는 세계 속에서 주된 감정으로 전면에 나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셋팅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내 그것을 설명하고 보여주는 방식으로 훌륭하게 이루어내고 그 셋팅 가운데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녀 라일리를 지배하는 주된 감정은 기쁨이다.
그리고 다른 감정들도 라일리가 대체로 기뻐해야 한다고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슬픔이의 역할은 애매하다.
기쁨이 지배해야 할 라일리의 상태를 망치는 듯한 존재로 인식되는 감정이 슬픔이다.
영화를 같이 보았던 에니어그램 7번형제는 그러한 강박적 기쁨의 상태를 통해서 자신을 보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7번이라 더욱 그러한 생각을 하기도 했겠지만 어린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쁨의 상태를 요청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고 요청되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라일리가 미네소타라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샌프란시스코라는 낯선 환경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위기는 시작된다.
매사에 긍정적이던 라일리도 그 변화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충격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올바른 감정적 반응을 하기 어려워하고 의존해왔던 습성에서도 벗어나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게다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몇몇 감정들이 콘트롤타워를 벗어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감독은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는 아이의 내면을 이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콘트롤의 부재처럼 보이는 이 상황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문제로, 감정의 마비와 즉흥적인 행동의 상태를 커다란 위기의 문제로 이해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최고의 덕이라고 할만하다.
(나중에 사춘기를 겪게 될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복기해볼만한 영화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사춘기를 맞는 아이들은 커다란 변화 앞에서 감정의 콘트롤의 방식 자체를 놓쳐버린다.
(영화에서처럼 감정의 탈출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가지게 된다.
어쩌면 사춘기는 그러한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여러가지 위기를 겪던 라일리는 결국 가족이라는 섬에 안착한다.
사춘기 시절을 겪는 아이들의 마지막 안착지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 얼마나 견고한지가 그 시절의 아이들을 잡아주는 마지막 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라일리는 그 마지막 끈에 의지하여 다시 새로운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무리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꽤 감동적이다.
영화를 보다가 두세번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경험했다.
보고 나오면서 누군가는 이건 어른용 영화야 라고 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도 꽤 재미와 감동을 주었나 보다.
건우와 은우는 나름 자신의 관점으로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참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은 라일리의 내면이 아닌 다른 이들의 내면을 보여줄 때였다.
어른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부터 빵 터진다.
어른들의 컨트롤 타워는 라일리와 다르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컨트롤 타워는 또 다르다.
심지어 개와 고양이의 내면을 보여줄 때는 정말로 만족스러웠다.
나중에 그 장면들을 따로 찾아보며 더 연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영화가 나왔다.
쉽게도 볼 수 있지만 깊이 보면 보려고 할 수록 많은 것이 보이는 영화다.
방학 때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만한 영화로 강력추천한다.
그리고 아래의 보너스트랙 영화도 꽤 괜찮다.
무엇보다 영화음악이 참 좋다.
화산섬이 주인공인 것도 참 이채로운 발상이다 싶다.
아울러 벌써 이런 매니아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오늘 어떠한 감정이 지배하고 있는지 서로 나누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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