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처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 이 시대 교회의 문제점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는 느낌이다.
저자들은 목회자가 아니다.
그러한 그들이 교회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꽤나 용기가 있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교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현대의 교회들 특히 서구 기독교가 산업화의 기계론적 이론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방면에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효율성을 강조하게 되고 효율적인 성장론이 대세를 차지하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산업화한 농업이 생명의 원천인 땅을 살리기 보다는 비료와 살충제로 망가뜨려 버렸듯이 교회도 칭의적 구원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분주하게 생산성을 높이려는 방식으로만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교회는 그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본질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난 이러한 저자들의 진단에 일차적으로 공감한다.
맥가브란의 교회성장학 그리고 로버트 슐러로 대표되었던 교회성장학의 샘플이 이미 망가져 버렸다.
더이상 교회는 기계론적 성장론이나 적극적 사고방식의 실현장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제는 과연 진정한 교회됨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은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전제하자면 이 책의 깊이는 그리 깊지는 않다.
윤리와 생태와 경제라는 성장학에서 다루지 않을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은 분명 의미있는 시도지만 그 내용은 독창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여러 주제의 책들을 잘 정리해 놓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진정한 교회됨을 묵상해 볼 때에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들은 슬로처치의 성경적 배경으로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성경의 하나님은 결코 단기간에 결과를 내려는 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보기에 너무도 돌아가는 길을 걸으시기도 하고 한없이 인내하시는 것만 같은 분이 바로 하나님이다.
왜 그러실까.
인간을 잘 아시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단기간에 순서대로 바뀌지 않는다.
학생선교단체에서 사역을 하면서도 지나치게 사람을 코스 안으로 집어넣으려는 것에 화가 날때가 있었다.
더 기다려 주어야 할 것 같은데, 2-3년 안에 승부를 보려고 지나치게 덤비는 것 같은 동역자들을 볼 때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교회는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며 오래 기다려주어야 한다.
우리 하나님이 인생을 그렇게 대하시는데 우리는 지나치게 조급하다.
맥도날드화된 극단적 효율성을 벗어버리는 슬로처치로의 회복.
그것은 이 시대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진정한 제자의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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