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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대한민국 부모로 살아가는 삶...



대한민국에서 교육의 문제만큼 심각한 문제도 없다. 

다들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대체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대한민국 부모라는 책은 상담을 하던 저자들이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글을 쓰려고 했다고 한다.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 저자들은 그 부모들은 어떠한 사람들인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책은 아이와 엄마와 아빠 이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모두 다루게 된다. 

단순한 삼자가 아닌 그 삼자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현란하고 유치찬란한 교육풍토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어낸다. 


엄마의 족쇄를 풀고 자기를 찾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아이들

아이를 잡아먹기로 작정하고 덤벼드는 엄마들

그러한 구조에서 끼어들지 못하고 오로지 밥벌이만을 위해서 밖으로만 도는 아빠들

이러한 구조 가운데서 어느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하는 악독한 구조. 우리는 그러한 구조에서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풍부한 상담사례로 가득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와 인물들은 너무도 리얼하고 전형적이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어슴푸레 느꼈던 이럴 거야 라고 생각했던 현실을 책은 진정으로 그렇다고 이야기해주는 효과가 있다. 

교육의 성공사례 몇가지로 모든 것을 덮으려고 하는 시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이야기해 준다. 

어제 송도에서 있었던 세계교육포럼에서 용기있게 행동한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의 대표의 지적처럼 우리 교육의 민낯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심각해져버린 교육의 현실에서 그 판을 부인하고 용기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참을 비난을 해놓고서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교육현실에 승자가 되는 길에 뛰어들어 버린다. 


대입시험은 일종의 과거시험이다. 

과거가 후에 폐단이 많기는 했지만 조선시대의 신분상승의 통로였던 것은 분명하다. 

초기의 과거제도는 인재를 발굴하는 순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다. 

지금의 과거제도인 대입시험도 어느정도의 순기능을 발휘했던 적이 있었다.

과거 학력고사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전두환 정권때에 시작된 내신등급과 대학자율화의 바람은 무분별한 과거의 확대로 과거 자체의 순기능이 망가진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이제 누구나 대학에 갈 수는 있지만 누구나 과거처럼 대학이 가져다주는 유익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상위권의 변별력이 약해지고 있고, 작은 실수 하나가 대학의 이름을 바꾸게 되는 살얼음을 걷고 있다. 

정말 한번만 생각을 잘못 먹게 되면 바로 낙오자가 된다. 

이런 엄청난 과다경쟁을 통과하기 위해서 걸출한 비서관들 하나씩은 끼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쟁 후에 또다른 혹독한 현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가혹하게 느껴진다. 

사회생활에 진출한다는 것은 또다른 새로운 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결혼 후에 아내와의 인간관계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것 그 모든 것이 너무도 치열한 삶이며 시험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버텨내야 하는 인생. 

그럴듯한 인생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해야만 하는 삶을 강요받는 인생.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교회에서 부목사로 있으면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믿음 좋다고 하는 신앙의 가정에서도 근본적 성찰을 하지 못하고 그럴듯한 인생을 만들어내기에만 바빴다.

주일에 학원에 보내는 것이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교회가 학원처럼 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아이가 잘되는 것을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요구해 왔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미 짜여진 판에서 목회자의 존재는 그저 그 욕망을 한껏 불태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에 불과했다. 


무언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내가 참여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육의 문제가 이토록 중요하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서 이러한 책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공동육아를 위한 모임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연대를 갖추어 가려고 한다. 

고민한 만큼 실천해 보려고 한다. 

뭐라도 해봐야 하는 것이 맞다. 

부디 이 결단과 실행이 공수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