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쉬는 첫번째 주일 아침, 이러저러한 생각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글을 쓴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직은 진행중인 사건과 상황이지만, 교회가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전조를 느끼는 주일이다.
느헤미야의 김동춘 교수님은 이 코로나19 사태는 '교회 사태'로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교회라는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 더욱 뚜렷이 이 사회에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교회는 불특정다수가 한공간에 모여서 위험한 바이러스를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는 현재의 교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데, 함께 모여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 잘 모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의 그러한 약점을 물고늘어지며 와해시키려는 대표적인 조직이 신천지라는 사이비 조직이다.
그동안 교회는 이 사이비 조직에 맞서면서, 자신의 약점을 돌아보고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보다는 소극적이며 움츠러든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주일, 많은 교회들은 신천지의 침투를 걱정하며 아는 교인들만 교회당에 들여놓는 조치들을 했다.
한시적이고 신천지를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였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교회구조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반응이었다.
신천지 라는 사이비 조직은 그 자체로 위협적인 조직이지만, 교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직이기도 하다.
신천지가 가진 공격성과 집요함 그리고 인격적 접근(?)은 한때 교회가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이 보이는 추수의 열정은 과거 교회들이 보여주었던 열정이었다.
캠퍼스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들의 모습도 과거 선교단체들이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신천지에 대한 주목이 이루어지면서 그들의 예배와 천국시험의 모습 등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시대에도 저런 게 가능한가?'하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90년대생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선호가 분명한 세대이다.
조직적 문화 속에서 그렇게 길들여지기 어려운 이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면서 나는 그 세대들의 숨겨져 있는 모습을 본다.
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보였던 모습 이면에 그들은 여전히 인간이 가진 본연의 모습. 즉 어디엔가 속하고 싶고 비이성적이지만 열정적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본다.
물론 신천지라는 사이비 조직은 유사 피라미드와도 같은 속성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거짓으로 위장되어 있으며, 온갖 방식을 동원해서 목표를 이루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섹스 포교와 같은 이야기는 그 끝판왕을 보여준다.
그들은 피라미드 조직이 보여줄 수 있는 각종 현혹의 기술, 관계의 그물망 기술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중에는 경제적 예속을 시키어 알면서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최종기술까지 시전한다.
그러나 그러한 신천지 사이비 조직을 보면서, 우리는 저처럼 촘촘한 관계망과 생각을 바꾸어낼 수 있을 정도의 삶의 밀도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선교단체 활동을 하면서 그러한 교회를 꿈꾸며, 교회에서 공동체적 실천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지금도 그러한 실천을 하고 그러한 삶의 밀도를 가진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 결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요즘은 하게 된다.
교회가 세상을 닮아가면서 세상이 가지는 약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 하다.
개인화 개별화되어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교회는 그것을 역행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윗세대들에게 여전히 적실성이 있는 전통을 가진 교회는 유지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공동체성 형성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준미래적 전조라는 것은, 사람들이 교회로 더이상 모여들지 않을 것 같은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준다는 점이다.
지난 주일 교회들의 출석율은 근래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들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탈교회적 현상이 현재의 교회구조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미리 경험해 보았다.
이 전망을 회피하고 싶지만 약간의 통계학을 사용하고 정직한 직면을 한다면 회피하기 어려운 전망이다.
많은 서구의 신학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탈교회 현상에 대한 고민을 한국교회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의 숙제는 어떻게 이천년간 지속되어왔던 교회의 모습을 이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거대해지기만 하려고 해서 병들어간 교회를 돌아보고, 어떻게 그 약점을 극복해 갈 것이며, 어떻게 다음 세대들도 교회로 살 수 있도록 해야할지에 대한 늦은 고민을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또 다가온다.
그럴 때에 사회는 다시 교회를 위험조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이 교회에는 지속적 위협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탈교회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는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실제로 맞고 있는 실질적 첫번째 주일 아침에
이렇다할 뚜렷한 대안이 없이 전망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힘들다.
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예배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지체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교회가 더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좀 서글프고 미안하다.
그래도 기억하려고 하는 것은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회자들도 이러한 기회에 과도하게 책임지려는 것에서 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겠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의 주일이 목회자들에게도 쉼이 되고 회복이 되는 시간이 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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