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c+사역이 광주에서 시작됩니다. glc+는 good life & culure 의 약자입니다. 다시 말해 삶과 문화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운동은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입니다. 지금껏 우리가 열심히 캠퍼스 속에서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해왔다면 이제는 진지하게 우리가 세상 속에서 어떠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해왔고 하기를 원하는지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glc+사역은 세상이 교회에게 정체성을 진지하게 물어오는 이 시대에 우리의 대답이기도 합니다.
저는 1994년에 IVF운동을 접하고서 이 운동에서 한번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정체성은 지역 교회 목사로 살아간 날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제가 하려는 운동이 하나님 나라 운동임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교회 청년부 사역을 오래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지역교회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의 사역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시점에 glc+에 대해서 소개받고 제가 그 일을 해보겠다고 자원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IVF 학사사역에 다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glc+사역은 하나님 나라 운동 플랫폼 사역입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 나라 운동을 삶에서 실천해보고자 하는 이들을 돕는 사역, 즉 도약대를 만들어가는 사역입니다. 이 운동의 기본적 전제는 자발성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참 좋습니다. 학생자발운동의 꽃이었던 IVF의 정신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학부시절에 저를 매료시켰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학생자발성. 함께 헌신해가지만 스타가 존재하지 않았던 IVF의 독특한 분위기. 저는 그러한 분위기가 진정으로 IVF다운 분위기였다고 기억합니다.
그 시절에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했던 선후배들이 이제는 학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캠퍼스를 집어삼킬 것 같았던 우리의 열정도, 훈련을 마치고 졸업하는 학사들의 기대되던 삶도 이제는 어떠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이 터에서 30년 이상 이 운동을 했다면 그 운동의 실체가 보여야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정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의 운동은 여전히 가능태로만 존재합니다. 그 시대에 걸맞는 아젠다를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었다면 어느 정도 해낸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대안이 되는 결론적 삶에 대한 면에 대해서는 참으로 궁색한 면이 있습니다.
광주에서 glc+운동이 시작됩니다. 사실 광주는 IVF운동이 그렇게까지 활발하지 못했던 곳입니다. 이곳을 기반으로 했던 선교단체들은 CCC나 UBF, 네비게이토, YWAM 입니다. 여전히 이 지역에서 IVF운동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간사들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학사들을 중심으로만 무언가를 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광주라는 지역이 가지는 그 독특한 지역성에 더 주목해 봅니다.
과거 일제시대의 광주학생운동은 3.1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항일운동이었습니다. 이 운동으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항일운동이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 5월의 광주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80년대의 학생운동은 5월의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 이곳에서는 다양한 신앙학생운동도 시작되었습니다. 민족과 전세계를 복음화하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가진 CCC운동과 군대와 같은 훈련조직이었던 UBF와 네비게이토, 그리고 찬양과 성령운동의 건전한 흐름을 이어갔던 예수전도단 운동 등. 이 지역에서는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이들의 끊임없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후 이곳은 역사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내는 우직한 지지를 보냈던 곳이 이곳이었고, 가능성없는 정치신인에게 힘을 실어주어 노무현 정권을 태동시키는 역사적 역전을 이루어 낸 곳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모든 일의 결과에 대한 허무함과 패배의식이 존재하는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젊은이들은 광주정신을 상실해가고 자본주의의 세례를 받기 위해서 작은 떡고물에 자신의 영혼을 파는 그러한 척박한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청년들의 삶이 힘들지만 지방에서 사는 청년들의 삶은 더할나위 없이 팍팍합니다. 서울에서 사역을 하다가 이곳 고향 광주에 내려와서 그들의 삶을 근거리에서 보게 되었을 때에 그들을 향한 연민을 거둘 수 없었습니다. 상관치 않고 나의 길을 가려던 내가 이들과 함께 함에 대해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물을 때마다 하나님은 조용히 내가 머무르기를 원함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을 새로운 거점 삼아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열정을 가진 이들과 함께 새로운 자발성 운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5년간 사역하던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만류하던 이들도 좀 있었지만 내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공동체를 시작하려고 집을 아예 새로 지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열정은 있지만 대책없는 청년들과 함께 살아가며 고민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공동체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들과 부대끼며 많은 것을 고생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교회도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 5일에는 그루터기 공동체를 시작하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많은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오셔서 분에 넘치는 축복을 해주셨습니다. 그곳에서 glc+광주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 자원자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것도 없지만 시작을 선언한 겁니다.
아직은 아무런 실체가 없습니다. 그저 저 하나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 세상에 굴복하지 않은 이들을 준비시켜 놓으심을 믿습니다. 이미 광주 지역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힘이 되어 주고 계십니다. 광주 지역의 동역자들을 중심으로 한 북토크와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동역자를 모을 겁니다. 내년 3월 런칭을 목표로 대안적 공동육아모임과 기독교 고전읽기 모임 그리고 탈북자 멘토링 사역을 하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 이 지역에서 청년들의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모임, 생태적 삶의 실천을 위한 모임, 그리고 귀농을 준비하는 모임을 런칭하기 위해서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자발적으로 하고자 하는 운동이 이 안에 담기게 될 것입니다.
glc+광주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glc+운동에 IVF가 걸어야 할 다음 길이라고 봅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선명성을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더 늦어지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일할 수 있는 때에 우리의 소명을 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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