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정리공사를 진행중이다.
그루터기 공동체가 들어설 공간에는 나무가 많다.
오랫동안 정원수였던 나무들이 30년 넘는 시간동안 관리되지 않고 자라왔다.
건물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많은 나무들이 사라져야 했다.
정면을 버티고 서 있던 늠름한 감나무도 사라졌다.
옮겨서 살려보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늙었고 자리를 차지했다.
향나무 한그루도 사라졌다.
가지가 지나치게 건물쪽으로 자라고 있었다.
은행나무 한그루도 위치가 애매해서 없애야 했다.
대신 1미터 정도씩 잘라놓았다.
나중에 의자로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했던 나무는 아래의 은행나무다.
담벼락 제일 구석에 있는 나무다.
건물에 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낙엽이 지나치게 생길 것 같다.
가지가 건물쪽으로 넘어올 것 같기도 하다.
오후에 공사하는 곳에 가서 저 은행나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결정해야 했다.
나는 가지를 치든지 없애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공사하시는 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공사하시는 책임자분은 이 은행나무는 살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잠시 고민이 들었지만 그냥 없애달라고 했다.
마음 불편한 대상을 남겨놓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까치집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까치집에는 까치가 살까?'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까치가 날아와 까치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저 나무와는 같이 살아야 겠구나'
가지가 넘어오면 잘라주면 된다.
낙엽이 떨어지면 쓸어주면 된다.
나의 불편함이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잠시 잘라낸 나무들에 대해서도 미안해졌다.
살릴 수 있는 나무들은 더 살려야 했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도 함께 살아남은 나무들이 있으니 알콩달콩 살아봐야 겠다.
10미터도 넘는 키큰 소나무 하나
담벼락 중간에 수줍게 자라고 있는 감나무 하나
그리고 담벼락 구석에 높다랗게 자란 은행나무 하나
그리고 다른 담벼락 쪽에 나란히 자라고 있는 향나무 두 그루
향나무 옆에 나란히 자라고 있는 사철나무 하나
너희들은 내가 식구로 맞이해 주마.
아. 은행나무 위에 살고 있는 까치까지...
함께 살아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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