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이 꽤나 강조되고 열심히 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말씀묵상마저 사그러드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큐티책의 판매는 점점 저조해지고 있습니다.
말씀묵상이 확대되어가다가 이제는 일부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와 함께 이 운동이 사변화되고 전문화되어 버린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끄는 비대면 문화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다시 한번 고찰하고 회복해야 할 전통이 있다면 바로 이 말씀묵상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말씀묵상을 회복할 때에 근본적인 고민과 함께 회복시켜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기현 목사님의 최근 책,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성서유니온)은 이러한 고민을 할 때에 참 좋은 책인 듯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묵상에 대해서 점검해야 할 것들을 살피고, 구체적으로 적용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기독교는 책의 종교, 말씀의 종교입니다.
이처럼 확고한 경전 위에 신앙이 유지되고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관통하며 그 요체가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기독교가 바로 성경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랜 전통을 가진 기독교가 성경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소화해 왔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참조점이 됩니다.
우리는 큐티라 불리우는 성경묵상을 이 오랜 전통에 비추어서 다시 재해석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한다는 것은 머무르는 것입니다.
말씀을 묵상한다는 것은 쉽고 빠르게 지식을 집어넣는다거나, 빨리 은혜를 받고자 하는 것의 정반대의 위치를 점합니다.
현대인들의 삶의 자세는 빠르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감각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머무르는 그 자리에서 돌아보며 사는 방식을 익혀야 합니다.
묵상의 자세는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충만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여는 것입니다.
김기현 목사님의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묵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살리는 묵상에 대해서 이야기하십니다.
책의 일부입니다.
"묵상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묵상은 내면의 말, 가족의 말, 친구의 말, 동료와 선후배의 말, 이웃의 말을 주님의 말씀처럼 듣는 훈련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듯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지요. 그러니 들으라, 묵상하라는 말씀은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배려인지도 모릅니다. 묵상이야말로 하나님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총체적이고 근본적으로 회복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내 안에 묵상의 정신이 흐트러질 때에 저는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멈추고 묵상할 때에 저는 다른 이들에게 열려있는 자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능력은 사실 이러한 방식으로 발현됩니다.
내 자아의 굳건한 경계를 허물고 다른 이들에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듣는 자가 되어야 하며, 그러는 가운데 보는 자가 되고 공감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묵상을 해야 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고, '이것을 해서 뭐하나'하는 정체성의 공격이 이루어지는 이 때에 우리는 머물러 듣는 삶의 자세를 익혀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것을 가르치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 다시 묵상을 회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