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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




드디어 월터 윙크의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을 다 읽었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인데다가 이야기하는 내용의 폭과 깊이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재미있다. 

무엇보다도 이론적이기보다는 현실적,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악을 지배체제라고 명한다. 

그리고 그 지배체제는 구원하는 폭력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힘을 가진 폭력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것이 부인할 수 없는 지배적 실제임을 납득시키려 한다. 

구원하는 폭력의 관점으로 영화와 미디어들을 분석해보면 대다수가 이러한 매커니즘임을 알 수 있다. 


구원하는 폭력의 지배체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예수의 방식은 그와 달랐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수는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의 질서를 드러내는 충격요법, 즉 비폭력의 저항의 방식을 사용하셨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구원하는 폭력의 지배체제는 이 세상에 만연하다. 

가장 구별되어야 할 교회마저도 이러한 구원하는 폭력의 지배를 받고 있다. 

교회 안에서 힘의 질서를 파악해야 한다. 

힘이 있는 자에 의해서 그리고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에 의해서 교회가 움직인다. 

교회 안에 있지만 구원하는 폭력의 지배체제에서 인정받는 랭크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러고보면 교회는 그 구원하는 폭력의 지배체제 안에 편입할 수 있는 통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말이다. 


저자는 남아프리카에 가서 이 비폭력의 저항의 실제를 맛보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 나라의 실제는 이 비폭력의 저항의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져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비폭력의 저항이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데에 핵심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성경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저작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예수가 어떻게 이 비폭력의 저항을 이야기했고, 초대교회가 어떻게 이것을 실천하며 살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비폭력의 저항이 이 세상에 분명한 맥을 가지고 이어져 왔음을 증명해 낸다. 

특히 1989년에 있었던 비폭력의 저항의 전세계적인 승리를 이야기한다. 

익히 아는 바대로 우리는 그 해에 민주주의의 승리를 맛보았다. 


그는 이 비폭력적 저항을 통해서 이루어낸 이 세상의 자산들을 이야기한다. 

민주주의를 위시한 이러한 자산들은 모두 예수의 정신에 근거한 것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교회는 이러한 일들을 지금도 계속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현실이 자꾸 생각이 났다. 

교회가 구원하는 폭력에 지배당하는 현실. 그리고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 

포용하는 구원의 실재가 아닌 배제하는 폭력의 주체가 되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한국교회는 공산주의를 미워하다가 더욱 무서운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한 괴물의 도움으로 구원하는 폭력에 의존하는 정권이 공고해져 간다. 

그 가운데서 미워하다가 괴물이 되어버릴 위험에 우리는 처해있다. 


월터 윙크는 폭력적 저항도 아니요, 순응도 아닌 제3의 길. 즉 비폭력적 저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폭력에 지면 안된다. 

폭력에 유혹되어서도 안된다. 

폭력은 버리되, 분명한 하나님 나라의 지배의 실체를 드러내어야 한다. 

비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억압하는 이들 앞에서 그들의 억압을 무시하고 우리가 어떠한 존재인지를 나타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며, 이토록 암울한 현실 가운데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야 할지를 고민할 때에 도전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