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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서초교회 잔혹사


옥한흠 목사님의 아들 옥성호 씨가 쓴 소설이다. 

이래저래 이분의 책을 읽어보았다.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도 다 읽어본 것 같다. 

'아버지 옥한흠' 이나 '왜'라는 책도 읽어보았다.

그리고 끝내 이 책까지 읽어보았다. 

왠만한 책들은 다 읽어본 셈이다. 


이 책은 서초교회에 김건축 목사가 부임해오면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보아도 서초교회는 사랑의 교회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임목사인 정목사는 옥한흠 목사님의 성격 그대로이다. 

김건축 목사는 오정현 목사를 여러모로 닮았다. 

아마도 작가는 서초교회로 불리우는 그 교회의 말도 안되는 상황을 펼쳐보이고자 한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장세기라는 목사이다. 

서초교회의 청년부 간사출신의 청년부 목사로 서초교회에 대한 애정이 강한 부목사이다. 

순수했던 그가 서초교회의 잔혹사 가운데 어떻게 변해가는가 하는 것이 그 핵심인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연배일 것 같은 장세기 목사를 그리는 작가의 마인드에 그리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그리는 청년부 목사인 장세기는 내가 알고 있는 평균의 청년부 목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순진하다. 

순진하다못해 좀 얼빠져보이는 인물로 장세기는 그려져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부목사들의 내면은 작가가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를 나름 냉철하게 보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 현실에 가깝다. 

작가는 왜 목사들이 저렇게 행동할까 생각하면서 나름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겠지만, 부목사인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은 외부인이 본 환타지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부목사들을 옥죄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것은 생계이다. 

소설에서도 그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겉으로만 짐짓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많다. 

그 현실의 문제에서 자유롭다면 부목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개혁적인 세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담임목사의 확성기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계의 문제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어떤 지인 목사님은 그 문제 앞에서 정직하게 자기포기를 해야만 부목사들이 자기 십자가를 질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작가는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잔혹사 이야기를 한다. 

현재의 양재동에 해당하는 말죽거리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생각보다 심각했던 폭력적인 현장을 그렸다. 

마찬가지로 교회라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생각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정말 이 소설을 말도 안되는 조잡한 이야기를 유지시키려는 교회주의자들의 이야기로 그려놓고 있다. 

좀더 그럴듯한 명분을 지닌 내용이 서초교회라 불리우는 사랑의 교회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교회가 합리적이거나 상식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경우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목사인 나는 그러한 잔혹사를 종종 듣곤 한다. 

이제는 하도 많이 들어서 헛웃음을 짓고 말 때도 있다. 


문제는 이미 고정되어버린 구조다. 

그러한 구조를 건드리기 위해서 걸어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아지게 된 현실이 문제다. 

중세의 위기는 교회의 삼중직의 지나친 권위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상류층 성직자의 세습과 하류층 성직자의 질적저하. 

사실 이러한 문제가 이 시대에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구조에서라면 우리는 서초교회 잔혹사보다 훨씬 뜨악한 일들을 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말이다. 


아주 잘 쓰인 책이라 보지는 않지만, 이런 책 자체가 드물므로 교회가 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되게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을 조금이라도 맛보기를 원한다면 읽어도 좋다. 

그러나 교회에 대한 혐오가 생길 수 있으므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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