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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진격의 대학교



참으로 오랜만의 서평이다. 

그동안 공동체를 정착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들였다. 

이사를 준비했고 이사했으며 이사 후에 1,2층을 부지런히 오가며 여기저기 정리를 했다. 

이제 커다란 일을 마쳤고, 그러자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내 몸들이 여기저기서 반응을 보였다. 

팔은 저려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늘은 아내에게 죽는 소리를 하며 좀 쉬었다. 

몸이 영 회복되지 않는다. 


공동체 생활을 하며 나의 삶의 노출이 심하다. 

할 일이 많아지니 책을 읽을만한 시간을 내기 힘들다. 

이번 주부터는 책을 읽을 시간을 내어보도록 더 노력해 보려고 한다. 

읽지 않고 쌓인 책들이 나를 원망하듯 바라보고 있다. 


이사 전부터 읽기 시작했던 진격의 대학교를 드디어 다 읽었다. 

어려운 책이 아니지만 숨이 막히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정말?"하고 외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지인은 이 책을 호러물이라고 했다. 


2045년의 청와대의 풍경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사고를 하는 이들끼리 모여있는 말도 안되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이러한 미래는 멀지 않았다고 고발한다. 


대학의 기업화현상. 대학의 취업학원화 현상 등.

숱하게 들어온 묘사이지만 현재의 대학의 현실을 민낯 그대로 드러내는 이 책을 보다보면 내가 정말 내 아이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서평을 따로 쓰지는 못했지만 이원석 저자의 공부란 무엇인가. 인문학 페티시즘 이라는 책과 이 책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원석 저자가 공부에 대한 원론적 이야기. 그리고 인문학이 성공을 위한 악세사리 내지는 경영학의 아류로 여겨지는 현실을 지적했다면, 이 책은 이 세상의 대안지성이어야 할 대학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90년대에 이미 그러한 싹들은 보이고 있었다. 

외국어대 영어과에 진학한 나는 대학의 4년을 영어유창한 친구들을 만나는 문화충격 속에 살았다. 

정원외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들어온 친구들은 영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 친구들 앞에서 나는 회화시간이나 원강시간에 여유롭게 웃어줄 수도 없었던 대학시절을 보냈다. 


송자 총장의 등장, 고려대의 친기업화 현상 등. 점차 대학이 망가져가는 모습은 대학시절부터 보고 있었다. 

외대와 성균관대에서 IVF사역을 하면서 대학이 참 많이 어려워지고 있구나 하는 간접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대학 본연의 진리추구의 기능을 할 수 없는 지경의 캠퍼스를 한 사회학과 강사의 시선으로 그리고 학생들의 증언으로 듣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오찬호 씨다. 

30대의 가장으로 여기저기에서 강의를 하면서 살아간다. 

전작인 나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도 꽤 울림이 있던 저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대안은 없다. 

한껏 망가진 대학의 현실을 드러내놓고 함께 고민해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대학에 소망을 두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미 상업화된 대학에 어떠한 소망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현재에 나타나고 있는 인문학적 공동체들이 대학의 기능의 일부를 감당하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다. 

대학 밖으로 나온 대학의 모습.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자생하는 지혜의 전달과정을 누군가는 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누리려고 한다. 


공동체 교회를 시작하고 여러가지 사역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현실은 책 한권을 몇주에 걸쳐서 읽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아이 셋에 매달려있는 현실은 하루 중에 유의미한 깊은 고민의 시간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래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래 내가 큰 일을 하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장으로서 함께 부대끼는 생활도 의미있고, 공동체 지체들과 이래저래 부대끼는 것도 의미있고,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나누고 영향을 주고받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내 삶에서 의미있는 일이 연속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가 시작되는 즈음에서 거대한 대학의 상업화의 문제를 앞에 두고 거대한 적용을 생각하기 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충실하게 고민하며 실천해 보자는 생각을 한다. 

거대한 이 세상의 문제 앞에서 주눅들 것이 아니라 일단 나라도 잘 살고, 나부터 시작해 보다는 생각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