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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13인의 기독교 지성, 아나뱁티즘을 말하다



이 책은 다양한 기독교 지성들이 아나뱁티즘을 접하고 아나뱁티즘이 자신에게 준 영향력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저자들의 신앙적 배경은 다양하다 침례교, 감리교, 가톨릭 등. 그들은 다양한 신앙적 전통에서 자랐지만 아나뱁티즘이 자신들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미쳤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존 하워드 요더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예수의 정치학'과 다른 저작들을 통해서 자신들이 고민하던 지점에서 일종의 활로를 찾곤 했다. 


이 책의 미덕은 공감에 있다고 하겠다. 

이 시대의 핵심적 문제의식을 이끌고 있는 아나뱁티즘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아나뱁티즘을 잘 모른다. 

아나뱁티즘이 갇혀있던 틀에서 벗어나서 대중성있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대체로 요더와 그 이후에 그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저자들에 의해서 아나뱁티즘이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의식은 아나뱁티스트가 아니더라도 아나뱁티즘이라는 이름으로 일정부분 영향력을 계속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 지성들의 아나뱁티즘을 만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나뱁티즘이 이 시대에 주는 통찰에 대해서 공감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하게 한다. 

이 책은 본격적인 아나뱁티즘 연구서는 아니지만, 저자들의 에세이를 통해서 간접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요더가 아나뱁티스트 사이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저자들은 아나뱁티즘의 어떠한 점에 매력을 느끼며, 어떠한 부분은 아직 받아들이지 않는지, 아나뱁티즘을 받아들이는 것과 아나뱁티스트가 되는 것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등. 어디 가서 물어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나 스스로도 아나뱁티즘을 놓고 생각할 때에 애매한 점들이 있었다. 

그들의 문제의식과 교회론에 대해서 공감하는 면이 있지만, 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주저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세례에 대한 의식도 다 동의되지 않고, 전적인 평화주의에 대해서도 아직은 유보적이다. 

그럼에도 교단과 교파가 무너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아나뱁티즘은 잊혀진 종교개혁의 유산으로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며, 국가권력에 매여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펼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신학적 사유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나뱁티스트는 아니지만, 그 영향력 하에서 고민을 진전시키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닫혀있는 것을 열어주며, 더욱 온전한 것을 드러냄에 있어서 아나뱁티즘은 이 시대에 던져주는 빛이 있으며, 그러한 방식을 지향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어떠한 지점에 서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