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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제자 옥한흠 그리고 쿼바디스

제자, 옥한흠과 쿼바디스 영화를 하루에 다 보았습니다. 

하루에 영화 두편을 보기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종교개혁주간에 이 두 영화를 보는 것은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본 영화는 제자, 옥한흠이라는 영화입니다.



옥한흠 목사님은 복음주의 2세대의 대표격이 되는 목사님입니다. 

감독은 잊혀진 가방을 만든 김상진 감독입니다. 

WEC선교회에 속한 선교사들의 행적을 좇는 잊혀진 가방이라는 영화를 시사회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내러티브를 다루는 방식이 다소 감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게했던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향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 합니다. 


이 영화는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강합니다. 

옥한흠 목사님의 생애를 따라가기도 하고 잠시 주제를 따라서 움직이기도 하면서 그의 생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옥한흠 목사님의 열정이 깃들어 있는 제자훈련에 대한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가진 열정과 고뇌 업적, 그리고 아쉬워했던 것들을 철저히 옥한흠 목사님의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안전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지켜보는 이에게는 다소 답답함을 안겨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제2세대 복음주의자로서 했던 역할에 대해서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있었기에 교회는 청년사역에 대한 지평을 열어갈 수 있었습니다. 

선교단체들의 공헌을 교회로 고스란히 이어간 선각자이기도 했습니다. 

컨텐츠없던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이라는 확고한 컨텐츠를 제공한 이이기도 했습니다.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교회내의 개혁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전한 선두주자이기도 했습니다. 

교회갱신협의회라는 단체는 시대적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목사님이 보여주신 진지함은 한국교회의 훌륭한 각성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앞에서는 왜소해지는 영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영화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바에 의하면 옥한흠 목사님처럼 진지하게 정직하게 열심히 제자훈련을 하라는 것입니다. 

가정도 좀 돌보고 건강도 돌보면서 열심히 사역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는 겁니다. 

저는 영화가 의도적으로 그 안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옥한흠 목사님의 고민은 그저 그에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옥한흠 목사님의 고민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듯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의 고민의 지점이 다소 도덕적 개인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제자훈련에 대한 확신이 지속되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사랑의 교회에 대한 고민. 그 가운데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자훈련이 가진 지적인 접근이 아닌 보다 영적인 접근을 하고 싶어하셨던 것도 사실입니다. 

후임을 정하는 것에 있어서 그러한 문제의식이 작용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옥한흠 목사님이 다음 세대를 꿈꾸면서 내린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셨던 것도 생애 말년의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영화는 의도적으로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떠한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생애말년의 목사님의 고뇌가 더 큰 울림을 주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울에 있을 때에 사랑의 교회에 자주 갔었습니다. 

한때 대학2부에 다니기도 했고, 사랑의 교회가 가르치는 것이 제가 훈련받았던 IVF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의 교회는 다니지 않아도 사랑의 교회 까페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사랑의 교회와는 강한 동지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복음주의 3세대에 해당하는 저는 사랑의 교회를 흠모함과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제자 옥한흠이라는 영화는 마치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대의 문제와 함께 부대끼며 옥한흠 목사님처럼 분투하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에 보게 된 영화는 쿼바디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트루맛쇼, MB의 추억을 만든 김재환 감독의 영화입니다. 

다큐 전문 감독이며, 이 사회의 금기시되는 영역을 다루는 김재환 감독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수도권에서 시사회가 취소되기도하는 해프닝을 통해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영화입니다. 

시사회전 김재환 감독님을 잠시 만났는데, 멀티플렉스와 각이 질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영화는 작심하고 한국교회의 어두운 부분을 까발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자료준비가 참 충실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단편적이고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여러가지 구성을 사용해서 다채롭게 구성을 했습니다. 


특히 김재환 감독이 가지고 있는 유머코드들을 사용해서 경박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았습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와 뉴스타파의 최상호 피디의 등장은 깜놀하게 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를 참 불편하게 만듭니다.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했다는 언사들이 우리의 눈앞 스크린에서 펼쳐질 때 민망함이 극에 달합니다. 

헛웃음이 나오고 한숨이 나오게 하는 영화입니다. 


김재환 감독님은 영화 후 대화의 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교회를 지탄하는 세상을 향한 영화이다. 

세상과 우리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자기고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잘했는데 알아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MB적 수준의 발상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

우리가 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저는 이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종교적 위선과 허위에 가려져 있기만 하면 우리는 마음을 울리는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리에서부터 우리는 회개하고 낮은 자세에서 세상과 소통해야 합니다. 


또한 감독님은 이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했습니다.

대형교회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교인들입니다. 

교인들이 바라는 욕망의 시스템을 충족시켜준 그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욕망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은 상생구조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저는 이 질문이 종교개혁 주간에 우리에게 들려져야 할 질문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선 자리를 보되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지를 물어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거대한 시스템에 저항하기. 

그것이 정직한 우리의 대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