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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진격의 대학교를 읽다가 찾아서 다시 보게 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니 앞뒤 맥락이 맞아 떨어진다. 

저자는 먼저 괴물과도 같이 변해버린 20대의 모습에서 일종의 충격을 경험하고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이 책은 바로 그에 대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KTX여승무원들의 정규직 전환문제를 수업시간에 이야기한다. 

사실 고등법원까지는 그들의 승소를 이야기할만큼 대체로 그들의 요구의 정당성이 인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수업중의 분위기는 그것이 아니었다. 

정규직을 날로 먹으려고 하는 그들 여승무원들이 문제가 있다는 태도인식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 당황하며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후 많은 20대들을 만나가면서 그들의 내면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 간다. 


현재의 20대들은 경쟁이라는 구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버리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 경쟁이라는 구도에서 나타나는 결과조차도 어렵지않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들은 대학으로 서열화되는 이 구조에 대해서 수긍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고민한다. 

전체를 고민하고 전체를 회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차별을 인식하는 현실감각이 현저히 떨어지며 오히려 그들은 차별에 찬성하는 주체가 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저자가 발견하는 이 지점에서 20대의 현저히 떨어지는 정의감각과 정치감각의 일면을 보게 된다. 

살기 어려워진 20대의 삶에서 그들은 오로지 자기만 살기를 선택했다. 

일명 각자도생의 삶이다. 

그리고 가지게 된 현실감각도 그것에 준하여 형성되어 버리고 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일베의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 것 같다. 

나는 왜 젊은 것들이 저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는 헬조선의 맥락에서 그들은 지옥자식과도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들은 부당한 것을 만들어내는 구조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기가 이루어낸 것을 만끽하고픈 마음이 더 강하다. 

그래서 전라도 홍어들에 대한 공격이 정당화되고, 천해 보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하가 자유롭다. 

자신들이 가진 것에 천착한 것의 결과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가졌다고 하는 이들이 더 천박함을 드러낸다. 

일베적 사고다. 

그들의 사고구조에서는 좀더 가진 것처럼 보이는 기득권과 자신을 유사한 존재로 두고 싶어한다. 

젊은이의 패기와 정의감을 자기가 쥔 한줌 조건을 지키는 조건으로 내팽개치는 것이다. 

아니 자신이 내팽개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11월 10일에는 광주에서도 저자를 모시고 함께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그때 지방대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이러한 세태와 인식 가운데서는 지잡대의 위치는 서럽기 그지 없다. 

서로 물고 물리는 아귀다툼의 세상에서 지잡대에 들어가는 순간 더이상의 신분상승은 꿈속의 일일 뿐이다. 


진격의 대학교에서 저자는 이러한 세태를 더욱 조장하는 대학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디 대학만의 문제일까. 

인문학적 소양으로 교양인을 만들어야 할 대학이 세속화되어버린 것은 안타깝지만 더욱 깊이 생각해 보면 전방위적인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세력에 대한 전방위적 방위와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우리가 어떠한 지옥도를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이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