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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일삶테이블 공동육아와 자녀교육 편 참관기

공동체를 시작한지도 4개월이 되어간다. 

익숙하던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내 몸을 이동시킨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삶의 공간에 사람들이 함께 머무르는 것에 적응해가며, 나와 타인이 함께 하며 부대껴서 변화해가는 흐름을 몸으로 익히고 있다. 

그 가운데서 내가 느끼는 것은 내가 삶으로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삶의 사역을 하고 싶었다. 

삶의 중요한 것을 건드리는 사역을 하고 싶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먼저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교육의 문제였다. 


그런데 막상 나를 돌아보니 어설픈 문제제기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어설픈 문제제기가 옳은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좀더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관련된 책을 더 찾아읽고, 교육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강연과 자료도 찾아보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세 아이의 실질적인 육아와 현재 하는 사역만으로도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일삶테이블은 원래 IVF 학사수련회에서 기획한 작품이다.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여름수련회가 무산된 후, 학사대회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하루 짜리 학사대회가 여러 번에 걸쳐서 시도되고 있다. 

그 두번째 시도인 자녀교육과 공동육아에 대한 일삶테이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하루 일정으로 서울에 다녀오는 것은 여전히 고역이다. 

다음날인 주일에는 두번의 설교가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여전히 생각 속에만 머무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참석을 결정했다. 

(내가 참석 차 서울에 올라간다는 페북글을 보고 서울에 사는 지인이 자극을 받아 참석하게 되었다는 미담은 덤이다.)


오전 강의는 행복한 공부 연구소 박재원 소장님의 강의다. 

한때 대치동에서 대입을 위한 분석을 하며 원생을 모집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셨던 분이란다. 

그런데 그러한 교육의 결과의 참담함을 몸소 체험하며 일종의 회심을 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전하시는 분이 되었다. 

나는 그 회심 자체가 커다란 객관적 증거를 보는 것 같아 기뻤다. 



이 분의 강의는 현란했다. 

온갖 자료제시는 치밀하고 설득력 있었다. 

그리고 어설픈 결론이 아니라 확실한 결론으로 이끌만한 경험과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몽상적 이야기로만 들렸을텐데, 확실한 회심(?)의 경험을 가진 이 분의 명확한 대안 제시는 나에게는 일종의 소망을 가지게 했다. 


강의에서 핵심이 되었던 것은 상황이 변화하고 있고 교육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황의 변화란 중산층의 몰락이 핵심이다. 

중산층이 더이상 사교육을 지탱할만한 힘이 사라지고 있는 실질적 현실 속에서 수능 이후의 사교육의존현상은 종말을 고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와 대학사회의 깨달음도 점차 일회성 시험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관찰을 통해 인재을 양성하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염재호 총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염두에 두고 관찰해볼만한 인물이다. 

유람선은 더이상 오지 않는다. 대기업 중심의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해주는 방식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의 그 사람이 창출해내는 개척적 지성이 아닌 안정적인 환경에 의존하는 방식의 삶은 더이상 살 수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세상은 저성장의 세상이다. 

그리고 교육도 저성장에 걸맞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더이상 에듀푸어로 진입할 수 있는 헛된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4년제 인서울 대학을 보내기 위한 투자는 밑지는 투자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되어 버렸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의 구축. 

세상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대안적 커뮤니티 형성.

학벌 중심이 아닌 직종 중심의 대안적 진입구조 형성 등. 

어설프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지지기반을 마련해주는 현실적 강의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알려주신 참고서적으로 차근히 고민하려고 한다. 

내게는 매우 좋은 강의. 




사례발표 시간이 되었다. 

자녀교육 로드맵 구성이 목표인지라 자녀교육 트랙을 선택했다.

산별아 놀이터 사역을 하는 오명화 학사님의 사례발표 시간이다. 

사실 이 부부와는 조별토의 시간에 잠시 만났다. 

나의 간단한 강의소감을 듣고 남편인 최재훈 선생님이 시대변화에 의존하는 것이 지나치게 얄팍한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나는 변혁은 시대적 변화와 결부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대답하면서도 '지나치게 근본적 고민인데?'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소리 지를 읽어보니, 그렇게 사신 분이다. 인정.

본질적 고민을 하며 그 고민을 위해서 훌쩍훌쩍 몸을 움직이신 부부다. 

그 가운데 생겨난 교육에 대한 철학이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고차원적이다. 

이런 분들을 보면 나는 운동가에 가까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좋고 존경스럽지만 내 길이 아니라는 결론.



홈스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신 박상수 학사님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려면 아이들을 믿으며 가야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사고를 돕되, 자가학습을 해야 홈스쿨링은 가능하다. 


마지막의 재미있는 사례발표는 신응종 간사님의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재미있는 사례였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런 이야기다. 

대구에서 사역하는 간사의 입장에서 세 딸의 교육을 해야 한다. 

스카이와 인서울대학에 진입시킬만한 실질적 재정투자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교육에 필요한 현실적 재정투자를 피해갈 수 있는가?

실질적으로 스카이 인서울 대학에 진입시키고 유지시킬만한 비용이 없다면 그보다 못한 학벌이라도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 

한국사회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눈으로. 





그래서 간사님의 대안은 교육의 우회로 작성을 위한 협동조합을 조직해보자는 것이다. 

그 우회로는 미국이나 기타 나라로 고등학생 때에 유학을 보내는 것이다. 

혼자 하면 어려우나, 함께 거처를 마련하고 현지의 협력자들의 도움을 얻는다면 한국의 교육비용보다도 저렴하게 자기 길을 가도록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 

간사님이 스스로 해내고 있는 실질적인 이야기니까 현실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지방에서 의미있는 일을 창출해야 할 나로서도 흥미를 끄는 이야기다.

부부모임에서 관심을 표현한다면 우리 모임에서도 나누어볼만한 주제다. 


단 지나치게 이상적 접근을 쉽게 버렸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됨의 교육, 직업 중심의 대안적 교육이 아닌 여전히 학벌 중심의 교육의 언저리에서 우회로를 찾아 머무르는 방식이 아니냐는 공격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는 대학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바쁘고 힘들었던 주말...

그래도 지금 정리해놓지 않으면 흘러가겠다 싶어서 자다 일어나 끄적여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