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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아파트 게임 - 아파트로 바라본 음울한 미래


저자 : 박해천 / 휴머니스트 / 2013. 9월 1판


저자는 디자인 연구자다. 

주거문화를 통해 한국의 시각문화를 고찰하던 중 아파트라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매개를 발견한 듯 하다. 

이후 그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국의 중산층이 형성되는 과정.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경험과 욕망이 아파트에 투영되는 모습을 세대별로 연구한다. 

이 책은 그러한 연구의 성과라고 할만 하다. 


이 책의 장점은 1차원적으로 이해되는 아파트라는 욕망의 투영물을 세대별로 해체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대 속에서 어떻게 아파트를 통해 중산층이 형성되어 갔는지를 설명해 놓는다. 

그리고 그것이 머리 속에 떠오를 수 있을 만큼 이미지화 한다. 

단순한 도표가 생생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나에게 매우 인상깊었던 설명은 아무래도 우리 세대애 대한 설명일 수 밖에 없었다. 

누구보다도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렸던 신세대, 그리고 X세대였던 우리의 세대는 1998년 이후로 갈 길을 잃은 형국이다. 

전 세대의 유산으로 인한 부분적 혜택을 누린 이들이 간혹 존재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희망이 거세된 세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세대들에 대해서 집을 포기하라고 권한다. 

집 대신에 방을 선택하라고 한다. (저자는 세대를 관통하는 큐브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집은 이후 세대가 추구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 버렸고, 방은 전통적 방식으로 혹은 문화적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더이상 집을 추구할 수 없는 세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존법을 터득해야 한다. 


생각할수록 우울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맞는 이야기다. 

커져만가는 자본중심의 구조에서 이미 자본을 형성하지 못한 이들은 헛된 것을 꿈꾸지 말아야 한다. 

대신 어떻게 나의 큐브를 형성하며 그 가운데서 나의 삶을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갖추어야 할 삶의 외형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서 삶 그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의 근본적 회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매우 중요한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뒤늦은 적용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러한 개념이 적용되어야 자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세대와 공생할 수 있다. 

그들이 자본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큐브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보장은 필요하다. 


큐브를 유지해야 할 이들과 만들어가야할 공동체적 삶은 어떠한 것일까. 

그런 고민을 깊게 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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