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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희년

 

  이 책은 희년에 대한 다양한 글이 담겨 있다. 다양한 저자의 글을 엮다보면 자칫 반복이 이루어거나 일관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함정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장점이 되고 있다. 희년을 중심으로 한 사고의 확장을 한껏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누고 싶고 더 깊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들이 많았다. 접근의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희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희년은 현재의 교회가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주제이다. 현재의 많은 교회들이 여전히 붙들려고 하는 동력은 희년이 담고 싶어하는 공의와 정의가 아니다. 확대와 재생산을 여전히 신화처럼 붙들려고 하는 여전한 대형교회적 문법으로는 이 주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 없다. 그러나 김회권의 글에서 이야기하듯이 하나님 나라 운동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경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제는 그에 대한 실천적 대안이 등장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희년은 그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김회권, 장성길, 김근주, 신현우의 글에서 지적하듯이 성경에서 희년이 선포되고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실천의 핵심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은 풍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 뿐이다. 희년은 출애굽 구원의 영원한 기념축제였고, 그것을 통해서 계층구조가 형성되지 않고 자유민이 지속되기를 바라셨다(김회권). 또한 희년법은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서 가진 자가 어떠한 인격적 삶을 추구해야 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사회법이며, 평등지권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장성길).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 나라를 이루게 하는 희년의 두 기둥은 정의와 공의이며, 이는 하나님께서 그 백성에게 원하시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김근주). 신약에서도 희년법은 물질적인 차원의 코이노니아를 통해 이어지는데, 신약성경에서 ‘끄떼마’의 사용에 대해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신현우). 특히 마가복음 10:22의 끄떼마의 사용을 고려해 볼 때 예수는 희년적 실천을 제자들에게 요청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희년적 실천을 교회사에서도 그 명맥을 이어왔다. 초대교부인 암브로시우스와 크리소스토무스,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가 점점 노예들을 혹독하게 대하는 현실 속에서 희년의 사상을 이야기하고 실천했다(김유준). 또한 루터나 칼뱅과 같은 종교개혁자들도 적극적으로 희년적 실천을 이야기했다(김유준). 교회사적으로 희년에 대한 관심이 적은 시기들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희년을 실천해보려고 하는 시도는 단지 성경 안에 화석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우리의 시대에 희년이 어떻게 실천가능한지에 대한 강력한 제안도 담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희년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김회권), 희년은 근본적으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노사정의, 노동정의, 기업정의, 토지정의가 모두 구현된 상태를 희년경제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남기업). 평등한 토지권을 확립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은 헨리 조지의 지공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좌파가 지향하는 세상을 우파의 시장경제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김윤상). 이 책을 보며 감동적이었던 것은 북한상생발전모델을 희년적 상상력으로 풀어본 글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이 다시 출간되어야 할 이유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글은 북한이 개방이 되는 이 시점에서 지대추구자들에게 주도권을 줄 것이 아니라 공공토지임대의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함을 이야기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조성찬). 

  이 책은 두고두고 참고할 만 하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 시대에 희년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제시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