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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삶 그루터기

그루터기 공동체, 또 다른 시작 이야기

그루터기 공동체를 시작한지 3년하고 절반정도가 지나갔습니다.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지나온 시간동안 해본 것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습니다. 

계속 함께 하는 사람들도 있고, 떠나간 사람들도 있습니다. 


매년 설립주간이 되면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짧은 시간임에도 그 가운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외부적 내부적 변화도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변화는 이곳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이곳에 들어올 때에 어떠한 의도였는지 지난 블로그의 글을 보면서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지금은 변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곳에 들어오면서 구상했던 것은 구도심지역에 마을공동체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곳에 들어가서 다른 이들이 유입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들어올 때만 해도 그것은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본의 힘, 그리고 도시화의 힘은 강력했습니다. 

구도심이 다시 개발되기 시작하고 공동체가 있는 곳이 상업적 지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건물, 혹은 리모델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땅값는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코하우징을 시도하려고 했습니다. 

적절한 땅을 구입하여 도시형 코하우징을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여러가지 이유로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비용이었습니다. 

이 비용으로 이 일을 밀어부쳐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우리 안에 더욱 동력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기필코 이것을 이루어야 겠다는 에너지가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일은 흐지부지 되었고, 그 일은 제게도 낙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쉬운 마음에 이곳저곳 땅을 보러 다니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아쉬운 마음에 다른 사람들이라도 마을을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광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광주광역시 주소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저렴한 땅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전향적인 생각을 하게 되자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더 넓은 땅에서 마음을 같이 하는 이들과 더 큰 시작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하는 중에 그러한 실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만나기 시작합니다. 

뭐랄까 무르익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그런 분위기의 흐름을 경험하면서 다시 터전을 잡아보려는 용기를 내게 됩니다. 


전에 그루터기하우스를 위한  땅을 보러다닐 때는 혼자 보러 다니면 되었지만 이제는 함께 머리를 맞대로 땅을 찾아야 합니다. 

각자의 기호도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합의해 가는 과정이 지난할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생각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우리가 가져야 할 원칙 같은 것은 없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신중한 것과 기준이 다른 것은 꽤 차이가 있는 것이니까요. 

초입단계지만 벌써 그러한 것이 느껴집니다. 

이에 대해서는 서로간에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사랑방신문에 나오는 크고 가격이 싼 땅을 모두 돌아다녀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조건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두 군데의 땅을 보러 갔습니다. 

한 부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은 광산구 산수동에 있는 530평 정도 되는 땅입니다. 

마을 초입부터 우리는 서로 "여기는 아닌 것 같다"를 연발합니다. 

진입로가 너무 좁은 겁니다. 

옛날 마을일수록 농로 정도만 나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마을이 그러했습니다. 

적어도 차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여건은 되어야 했습니다. 

좁은 콘크리트 길로 아슬아슬하게 다니는 길은 처음부터 배제해야 했습니다. 


아울러 집터 주변에 인가들이 지나치게 많았습니다. 

인가가 없을수는 없지만 공간의 여유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이 터는 마을 한 가운데의 공터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터라면 마을주민들을 고려해서 적극적으로 집을 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집은 한번 지어보면 알게되는 민원의 어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다시 생각하지 않기로 합니다. 


이곳은 우리가 두번째로 살펴본 726평 정도 되는 땅입니다. 

도덕동이라고 불리우는 마을이고 삼도마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함평 옆 빛그린산단 근처에 있는 마을입니다. 


부동산에 나와있는 터는 창고부지로 쓰고 있던 터입니다.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왼쪽으로는 하나로마트, 오른쪽으로는 도덕동 성당이 있습니다. 

주변에 인가는 없습니다. 


마을 초입에 있는 터 뒤쪽으로 간선도로 하나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길 하나만 넘어가면 삼도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분위기는 후락한 시골읍내와도 같습니다. 

파출소 우체국 하나로마트 다 있는데 정작 인가는 별로 없습니다. 

마치 지나가는 거점읍내와도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도로는 잘 나있고 아직 땅값도 비싸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 때문인지도 조사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사진이 송전탑인가 살펴보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변수 하나가 있더군요. 

농협에서 운영하는 유류판매소가 부지 옆에 있습니다. 

바로 붙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름탱크를 뒤에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 기름냄새가 나거나 기름탱크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땅에 대한 정보를 수합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지역주민이나 지역부동산을 통해서 숨겨져 있는 땅을 찾아보는 노력도 하려고 합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요.

좋은 땅을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그러나 과단성있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