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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한 일들 - 레이첼 헬드 에반스 (교회를 찾아서_비아 중)

 

이 글은 어디엔가 남겨두고 싶어서 베껴 적어본다. 

 

... 땅에서 이뤄진 만큼 하늘에서도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죽어서 가는 천국은 지옥처럼 끝내주는 난장판일거야.

- 조쉬 리터

 

예수님이 로마 제국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지 300년 후,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그리스도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정했다. 제국의 핍박을 받았던 그리스도교인들이 제국이 되었고, 한 때 어떤 폭력도 거부했던 이들이 이제 자신의 이웃을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신전을 파괴했고 이교도들을 강제로 전향시키거나 그렇제 않으면 죽였다. 신앙의 선배들이 순교의 피를 흘렸던 경기장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은 이교도들의 죽음에 환호하는 관중이 되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1009년 7월 15일, 십자군은 아랍인 파티마 왕조가 다스리던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총공격을 펼쳤다. 그들은 성벽의 틈을 발견했고 성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십자군은 "하느님의 뜻이다!"라고 외치며 성을 지키던 모든 병사를 죽였고 연약한 아기들을 가차없이 벽에 내던졌다. 또한 많은 유대인이 숨어있던 회당의 문을 닫고 모두 불태워버렸다. 기록에 따르면 점령군의 말들이 솔로몬의 제단에서 강처럼 흐르는 피 위를 걸었다고 한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수세기 동안 유럽을 휩쓴 마녀재판은 이단으로부터 교회를 지킨다는 명분을 내걸고 수십만 명(대부분 여성이었다)을 고문했다. 마녀재판 때 사용된 고문기구는 신체를 짓이기고 떼어네 천천히 오래 고통을 주는 것으로 유명했고 사람들은 유방 분리기, 머리 파쇄기, 가리옷 유다의 의자와 같은 악명 높은 별명을 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문기구에는 언제나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유대인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하여"라는 소책자에서 영주들이 유대교 회당을 불사르고 유대인을 지역에서 추방하며 그리스도인의 영토에서 자신의 신앙을 고수하는 유대인들을 죽여야 한다고 역살했다. 또한 그는 말했다. 

"지도자는 괴질이 온 환자를 다루는 명의처럼 냉철하게 혈과 육과 뼈와 관절을 베고 자르고 태울 수 있어야 한다."

훗날 독일 관리들은 루터가 쓴 글들을 홀로코스트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로 내세웠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유럽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침략을 여호수아의 가나안 입성에 견주며 수십, 수백만의 원주민들을 강간하고 폭력을 휘둘러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노예로 삼았다. 죽음을 앞둔 히스파이놀라섬의 한 족장에게 그리스도교로 개종을 요구했을 때, 그는 천국이 그리스도교인들이 죽어서 가는 곳이라면, 자신은 차라리 지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1637년 청교도들이 피쿼트 족을 학살할 때 존 언더힐 대위는 말했다.

"가끔 성경구절은 부모와 함께 여자와 아이들도 같이 죽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행동은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 충분한 인도를 받았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1838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16,000명이 넘는 체로키족 사람들을 테네시, 앨라배마,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서 추방해 오늘날의 오클라호마주로 강제이주시켰다. 강제이주를 하는 동안 수천명이 넘는 체로키 사람들이 추위와 기아와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눈물의 길'로 알려져 있다. 강제이주를 진행한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퇴임 연설로 남겼다.

"하느님의 섭리로 우리는 이 선택받은 땅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섭리 아래 이제 미국 시민 여러분은 자유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만국의 흥망성쇠를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받은 복에 합당한 나라를 만들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노예제도에 찬성하는 문서의 절반 이상은 목사가 썼다. 1862년 감리교 목사 J.W.티커는 남부 연합군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의 대의는 하느님께서 수호하시는 대의이자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대의고, 온 인류의 대의입니다. 우리는 결코 의심할 수 없는 성경의 진리를 두고 북부와 대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전쟁은 북부의 광신자들에게 순수한 그리스도교가 맞섬으로써 일어난 싸움입니다."

노예제도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하여 미국의 감리교와 침례교는 둘로 나뉘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마틴 루터 킹이 앨라배마주 버밍행 감옥에 갇힌 지 이틀때 되던 날 아침, 한 간수가 그에게 신문을 건네 주었다. 창살 사이로 흐릿하게 비추는 빛에 의지하여 그는 신문 둘때 페이지에 크고 굵은 글자로 적힌 문구를 읽기 시작했다. '백인 성직자들이 지역  깜둥이들에게 시위에 나서지 않도록 권고하다.' 그날은 부활주일을 앞둔 토요일,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신 날이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1982년 미국의 밥존스 대학교 총장은 타인종간의 교제를 금지하는 학교 규칙을 변호하면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창세기 10장부터 분명하게 나온 것처럼 성경은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다르게 창조하셨고 이 세상은 그 사람들이 분리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밥존스 대학교의 차별적인 내규에 근거하여 교육기관의 면세 자격을 박탈했을 때 밥존스 대학교 이사회는 교칙을 바꾸는 대신 12만 달러가 넘는 세금을 내기로 결의했다. 밥존스 대학교의 타 인종간의 교제를 금지하는 규칙은 2000년까지 유지되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2013년 우간다 국회는 동성애를 범죄고 규정하고 처벌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 데이비드 바하티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우간다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나라이며, 우리는 거룩한 삶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저와 제 동료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가치관을 따르기 때문에 법안을 제출하고 통과시켰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복음주의 그리스도교 선교사들이 이 법안의 제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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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글 이후에 성인들을 위한 감사를 적어놓고 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그리스도교의 이름으로 죄악을 저질렀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거스르려는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지극히 미미한 것이었지라도 그러한 존재의 싸움이 있었던 것은 감사한 일이다. 

시대를 거스르려는 싸움은 그 시대의 광기에서 벗어나서 볼 수 있는 눈을 얻게 되었을 때에 비로소 그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