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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 신앙사춘기 - 정신실 - 뉴스앤조이

 

정신실 작가의 책 신앙사춘기를 하루만에 읽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황하는 이들을 사춘기에 비유하는 것은 그들이 미숙하기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는 의미로 비쳐졌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며 그러한 오해는 금세 사라졌다. 

작가는 성장의 과정을 겪고 있는 이들을 묘사하기 위해서 사춘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단지 교회 바깥에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가나안 성도라는 이름보다는 훨씬 애정어린 표현이다. 

그리고 교인들은 사춘기를 겪는데 정작 목회자들은 성장하고 있지 않음을 대조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다음의 글은 에필로그의 글 일부이다. 

 

"교회를 사랑하는 이들이 집단적 사춘기를 앓고 있는 것 같다. 분노하고 냉소하며 사기꾼 목사 색출과 퇴출에 목수을 거는 사람. 교회 봉사한다고 복받는 것 아님을 알았으니 '에라, 교회는 팽개치고 여행이나 다니고 몸이나 가꾸자'며 거침없이 누리기로 작정한 사람. 사회적 하나님에 눈을 떠 부흥집회 대신 시국 집회와 시위에 열정을 쏟는 사람. '아이고, 의미없다'며 무기력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 자기 욕망이 아니라 목사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니 이제라도 자기답게 살겠다며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감정과 욕망 분출하는 사람. 가려운 곳 딱딱 짚어서 긁어주는 신학, 거침없이 욕해주는 사이다 성경공부에 매료되어 학구열을 불태우는 사람. 각자 나름대로 다리 덜덜 떨며 사춘기의 숲을 헤메는 것 같다. 사춘기 교인은 넘쳐나는데 목회자들은 아직 중고등부는 커녕 유치부에나 먹힐 설교와 가르침을 내놓고 있다. 교인들은 신앙의 실존 앞에 알몸으로 섰는데 에덴동산 그림 한장 들고 "여러분 세상은 누가 만드셨죠?"하며 설교하는 형국이다."

 

저자는 에니어그램에 대한 책으로 처음 만났다. 

에니어그램에 대해서 쉽게 설명한 입문 책 "커피한잔과 함께 하는 에니어그램"을 썼다. 

그리고 이후에 삶과 신앙에 대한 여러 책을 쓰고 있다. 

남편은 목사다. 그리고 남동생은 전직 목사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목사다. 

누구보다도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저자는 자신이 종교중독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에서 벗어나 어떠한 고뇌와 번민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무겁지 않게 이야기한다. 

 

참으로 솔직한 글이다. 

이야기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을 법 했다. 

그러나 작가는 자기고백적으로 차분히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에피소드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한국적 상황, 한국의 교회의 현실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작가는 종교중독에서 벗어나 영적으로 되어가는 것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도식적이거나 가르치려고 하는 글은 아니다. 

오히려 길을 가는 이의 자기성찰에 가깝다. 

작가의 글이 더 마음에 다가왔던 것은 영향받은 작가가 비슷한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스캇 펙의 시리즈와 래리 크랩 그리고 리처드 로어는 내 인생에서도 좋은 멘토의 역할을 해주었다. 

 

마음에 다가왔던 챕터 하나를 소개하고 책 소개를 마치려 한다. 

"건강한 교회, 아픈 사람들"이라는 챕터에서는 건강한 작은 교회가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보란 듯이 잘되어야 할 '건강한' 교회가 잘되고 있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 비치는 것처럼 건강하지도, 공동체적이지도 않은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건강함'을 표방하는 교회들 속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탓이다."

 

"건강한 교회 교인들은 아프다. 이 땅의 모든 교회는 아프고 그 안의 사람들은 아프다. 하지만 건강한 교회 교인들은 치명적으로 아프다. 기존의 교회에서 떨어져 나오기까지, 이후에 동병상련의 사람들을 만나기까지, 새로운 교회를 세우기까지의 상처는 '트라우마'라 불릴 만하다..... 건강한 교회의 아픈 교인들이 가진 치명적 어려움은 치유의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치유되지 못한 아픔의 어떤 경우 분노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교회 목회자는 안녕하실까. 개혁적이고 민주적인 교회는 목회자가 내놓은 권력에 기반한다. 건강한 교회 목회자는 대체로 기성 교회 목회자가 누리는 힘을 자발적으로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교회에 대해 처절한 실망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목회자가 되기 전, 아니 그 이후에도 무너져 가는 교회에 깔려 아플 만큼 아프고 분노할 만큼 분노했기에 거기까지 흘러들었을 것이다. 건강한 교회 목회자 역시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상처받고 아픈 사람들이다."

 

작가는 건강함을 추구하는 교회들이 당면한 이러한 아이러니로 인해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에서 목사는 영현 장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힘을 가졌지만 행사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이 유일한 임무인 영현 장교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 말이 내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었다는 것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