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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아파트 민주주의

남기업 소장님의 아파트 민주주의를 읽었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두기는 했는데, 책을 읽을 의지가 많이 떨어져 있었던지라 이제야 집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앉은 그 자리에서 책을 다 읽고 말았다. 

그만큼 재미있고 그 다음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저자를 오랜 기간 드문드문 만나왔다.

캠퍼스에서 선교단체 간사로 있던 시절, 희년과 희년경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실 분으로 소개받고 그때부터 보아온 것 같다. 

그야말로 드문드문. 다시 그 주제에 대한 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에 모셔서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리고 다시 희년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마음에 되었다. 

그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남기업 소장님은 참 한결 같으신 분이다. 

 

희년을 이야기하면 빨갱이 취급을 받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 가치를 놓지 않고, 순수하게 열망하고 실천하기를 힘쓰시는 분이다. 

여러가지 운동이 유행처럼 지나가고, 다시는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지만, 남 소장님은 희년의 운동을 시대의 흐름을 따르며 변함없이 그 중심이 지켜내려고 노력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알기로는 그 운동을 참으로 어렵게 어렵게 이어오셨다. 

그래도 최근에 와서는 희년적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장들이 조금은 열리기 시작했고, 몇몇 정치인들의 부동산 정책 자문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고, 최근 총선에는 더불어 시민당의 비례대표 번호를 받기도 하셨다. 

게다가 나오면 뜬다는 뉴스공장에 몇 번 출연하기도 하셨다. 

 

가장 최근에 '희년'이라는 책의 북토크를 위해서 광주에 오셨을 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고, 이 책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을 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박사님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쉬운 내러티브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결과물을 읽어 보았다. 

 

온갖 고난을 받던 시절, 멀리서 지켜보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나라면 저렇게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처럼 자아가 무너질만한 경험을 지속하면서 자기가치를 실현해나갈 힘이 내 안에 있을까를 계속 질문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모든 되어진 일의 결과를 정리한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더 용기를 내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책이다. 

우리의 삶의 일상을 점하고 있는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켜가는 이야기이다. 

우연처럼 시작된 아파트 동대표의 경험에서부터 시작에서 일상에서의 부조리를 만나고, 그 부조리 앞에서 정직하고 정의롭게 반응하다보니 일이 커져간다. 

그리고 이미 얽혀져버린 그 거대한 판에서 끝내 온전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분투하다보니 그 일의 끝장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야 말로 아파트 안에서 벌어진 시대활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찌나 우리의 이웃들 같은지 모른다. 

그런데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의 부조리와 적폐가 끈기를 가지고 계속 부딪히니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이 책의 중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안에서 에너지를 찾기 쉽지 않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시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놓치지 않고 살아야 함에 대해서 스스로 재확인하고 다짐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저자는 매일 세월호 몸자보를 하고 다니며, 주일에는 지하철역 앞에서 세월호 피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내 페북에는 매주 한번씩 저자의 세월호 피케팅 사진이 올라온다. 

페북은 세월호 피케팅만 나오면 저자인 남기업 소장님을 태그하곤 한다. 

페북이 보아도 세월호 피케팅 대표인물인 듯 하다.

 

끝이 보이지 않아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인내해야 할 때가 있다. 

저자는 내가 보기에 그렇게 살아왔고, 이 책은 우리 또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항변하는 듯 하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도 오래 인내하며, 소망을 잃지 않으며 살자고 다짐해 본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책을 이 세상에 내어준 소장님께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