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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2050 거주불능지구

어제는 시베리아가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보였다고 한다. 

시베리아의 빙하들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는 영상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온의 현상이 보이고, 올해 여름은 대체 어디에서 폭염이 기승을 부릴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매년 이상한 기후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어제만 해도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태풍급 돌풍이 몰아쳤다. 

갑작스럽게 삶을 붕괴시키는 기후현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2050 거주불능지구는 지구가 처해있는 심각한 현실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다. 

책표지에서도 알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기후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삶이 허무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혹은 기후재난은 시작되었고, 그것을 뒤엎을만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고는 여기저기에서 듣고 있다. 

그런데 그 경고가 아직 강건너 불구경 같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각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기에 이른다. 

이미 지구는 파리기후협약 이후 1도 정도 상승한 상황이고, 기후협약에서 설정하고 있는 온도 상승의 절반에 이른 상황이다. 

기후학자들에 의하면 지금이 기후재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제 늦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제는 인류의 마지막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지구온난화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된다는 것일까?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의 사람이 물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도 지역조차 폭염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인도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32배 더 자주 발생하고 매 폭염이 지금보다 5배 더 오래 지속돼 93배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사실 여기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최상의 시나리오다. 

"기온이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은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60개월, 그러니까 5년 증가한다. 매년 들불과 산불로 불타는 지역이 지중해지역에서는 2배, 미국에서는 6배 늘어난다. 기온이 4도 상승하면 라틴 아메리카서만 뎅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식량위기가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폭염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9퍼센트 증가한다. 하천 범람으로 입는 피해가 방글라데시에서는 30배, 인도에서는 20배, 영국에서는 60배 증가한다. 전세계 피해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를 넘을 수 있다. 분쟁과 전쟁 역시 2배 늘어날 수 있다."

 

1600만전 전에도 탄소가 지금과 같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지구의 온도는 최소 5도에서 최대 8도 더 뜨거웠다. 

그리고 해수면은 지금보다 40미터 더 높았다. 

만약에 8도 더 뜨거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면 세계 주요 도시 3분의 2가 물에 잠기게 된다. 

 

우리는 지금과 같은 번영이 지속될 것처럼 생각하고, 기술을 맹신하곤 하지만, 긴 역사의 관점에서 이 사피엔스가 살아가는 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는 '인류세'라는 용어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인류세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로, 장대한 지구의 역사에 인간이 개입하면서 규정된 새로운 시대를 가리킨다. 

우리는 처음에는 기후체계를 함부로 조작했지만 종래에는 기후가 우리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와 함께 인류세는 종결을 짓게 될 수 있다.

 

세계자연기금 보고에 의하면 지난 40년 동안 척추동물의 절반 이상이 죽었다. 

독일 자연보호구역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불과 25년 사이에 날벌레 개체 수가 4분의 3 감소했다. 

꽃과 곤충 사이의 우아한 공존 관계에 지장이 생겼다. 

이제 동물원은 자연사 박물관에 가깝다. 

아이들에게 설명하던 동물 동화책은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동물들만 죽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700만명씩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코로나가 무섭다지만 대기오염은 소리없이 훨씬 더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측정하는 도구로 습구온도라는 것이 있다. 

현재는 습구온도가 26-27도를 넘는 지역이 거의 없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습구온도 한계선은 35도이며 그 이상부터는 순전히 열기만으로 사람이 죽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온열 스트레스 현상은 훨씬 이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사망자가 생겨나고 있다. 

현재 주요도시 중 여름철 최고기온 평균이 35도 이상인 도시가 354개 존재한다. 2050년에는 리스트에 포함되는 도시가 970개까지 증가할 수 있으며 그런 도시에 거주하면서 살인적인 열기에 노출되는 사람은 16억명에 이를 수 있다. 

열사병은 인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잔혹한 고통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탈수의 결과로 일사병이 시작되는데 다량의 발한과 구토 두통이 나타난다. 

특정 시점이 지나면 물을 마셔도 효과가 없다. 

이때부터 피부가 붉게 변하고 내부 장기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발한기능이 아예 소실될 수 있다. 

그리고 치명적인 심장마비로 마무리 된다. 

 

책은 이러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수확량은 10퍼센트씩 감소한다. 

탄소농도가 높아질수록 작물의 이파리는 두꺼워진다. 

더욱 많은 인구가 기후충격으로 기근을 겪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작물을 더 크게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영양가가 떨어진다. 

저자는 바다 수면이 오르는 것의 구체적인 문제. 

수시로 치솟게 될 산불의 문제. 

물 부족의 문제. 

전파되게 될 질병의 문제.

경제붕괴의 문제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내용을 읽다보면 매우 우울해진다. 

과연 탈출구가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조용히 이 지구의 종말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유일한 소망은 여전히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인류가 인류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마치 하나의 사람처럼 우리가 거주해야 할 지구를 돌보기로 결단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환경의 역습이 어떠한 것인지를 지금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각성하고 돌이킬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 따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