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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책] 초예측 부의 미래

이 책은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미래라니. 과연 자본주의를 벗어난 체제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과거마저도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끝자락을 보고 있다. 

자본주의가 끝나간다는 것은 더이상 성장의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더이상 고성장을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NHK의 시리즈물이다. 

'욕망의 총체인 자본주의는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큰 질문 속에서 다섯 명의 석학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한권으로 읽기에는 중구난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용도 깊이가 있지는 않다. 

대화한 것을 책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대화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그러나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거대한 스케치의 느낌을 전달받는 것 자체가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세상은 많이 변할 것이다. 

코로나 19는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우리의 눈앞까지 가져다 놓았다. 

인공지능으로 인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데이터가 화폐처럼 취급되는 그러한 사회가 올 것이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플랫폼 기업에 의해서 세상은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급작스럽게 우리는 철학적 혹은 윤리적 질문에 이르게 된다. 

과연 우리는 누구였는지,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우리의 실체를 형성했던 것들이 무너지게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대답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만한 역량을 차츰 상실해왔기에 이러한 질문 자체가 버겁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실상을 밝히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나름의 구상을 내어 놓는다. 

 

책의 마지막 장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지적이 다가오는 것은 이 시대의 위기가 일종의 철학적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진정한 인공지능은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지능은 결코 수식으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에 의하면 이 세상은 지나치게 자연주의의 설명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주의란 모든 앎은 자연과학적 탐구를 통해 가능하다고 여기는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그 자연주의의 끝판왕은 실제 현실이란 우리 뇌 속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적에 의하면 이는 속임수이다. 

자연주의는 이미 우리에게 일상적인 앎이 있다는 전제를 벗어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상황을 자연주의와 종교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분석하고, 그 정점에 트럼프와 같은 인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독교가 유물론적 자연관과 이어져 있다고 한다. 

막스 베버의 '탈주술화'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 둘은 같은 선상의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는데 전자는 신을, 후자는 세계 자체를 자연주의에 입각해 고찰한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철학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의미에서 '신실재론'을 추구한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는 병리에서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철학이다. 

 

이 마지막 장을 읽으며 목회자로서 교회의 과제도 인식하게 된다. 

이 시대의 교회도 마르쿠스 가브리엘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 

교회는 이 세상의 실재와 다른 실재를 보이고 지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 살아왔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함께 무너지고 있다. 

교회는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와서 새로운 실재를 추구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 적절한 거리두기 혹은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이를 위한 숨고르기와 같은 시기인 듯 하다. 

적극적인 실천을 하기 어렵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이럴 때에 우리를 지배해왔던 지나친 활동주의도 되돌아볼만 하다. 

 

포스트 코로나와 함께 포스트 자본주의에 대해서 고민하고자 할 때 참조할 만 하다.